미 웨스턴디지털 한국지사 철수 속사정

세계적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업체인 미 웨스턴디지털이 오는 7월 한국지사를 철수키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오는 7월 한국지사를 철수하는 대신 국내 PCPI사를 대리점으로 운영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변업계는 한국웨스턴디지털의 매출부진으로 조만간 한국지사에 대한 본사 측의 어떤 조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지난해부터 들어왔지만 철수까지 하는 것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PC에 대한 전세계적인 수요증가와 더불어 한국에서의 PC 및 HDD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는다 것이다.

이에대해 웨스턴디지털측은 "지사가 철수돼도 대리점을 통해 물품을 공급、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은 영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웨스턴디지털이 한국지사를 철수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감축의 차원에서 비롯된 발상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는 것이 한국지사의 주장이다. 결국 소속사원에 대한 봉급을 비롯해 각종 유지비 고정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본사의 근본취지라는 것.

지사의 경우엔 본사에서 영업비용은 물론 각종 운영.유지비까지도 지불해야 하지만 대리점의 경우 매출실적에 따르는 영업비용만을 지불하게 되므로 비 용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처럼 비용감축의 얘기까지 거론되는 점에 대해 장재수한국지사장은 "HDD에 대한 한국의 시장가격이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낮아 전체 수익 또한 본사의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본래 전세계적으로 고가정책을 펴고 있어 HDD의 가격인 하가 심한 한국시장에서는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는 설명이 다. 아시아 지역만 보더라도 현재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지사가 있지만 고가 HDD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일본이나 인건비 등 유지비용이 적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시장의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다른 현지법인 관계자들은 "인원감축 정도야 모르겠지만 직원 들의 거취문제도 해결 안된 상황에서 철수까지 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 고 지적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한국지사 소속 직원들이 새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다해 돕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한국지사의 경우 이 문제가 가장 큰 당면과 제여서 이로 인한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PCPI사의 부사장으로 취임하는 장지사장은 2~3명의 직원을 영입할 방침 이지만 다른 직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현재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PI사가 웨스턴디지털의 국내 대리점으로 선정된 데에 대해서는 이 회사의 대표인 조병철사장이 전임 웨스턴디지털의 한국지사장 경력을 갖고 있어 본사와의 관계설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기존 회사에 편입되는 것이 대리점으로 신규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법적.제도적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도 이같은 조처 에 대한 또다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새롭게 웨스턴 디지털의 한국대리점으로 지정된 PCPI사는 컴퓨터 관련 부품공급 순수 국내법인으로 지난 94년 2월 출범했다.

PCPI사는 현재 피닉스사의 BIOS를 비롯、 SST사의 플래시메모리、 자이오닉 스사의 프린터 소프트웨어、 카드웰 인터내셔널사의 PCMCIA 카드를 국내 공급해왔는데 이번 웨스턴디지털과의 대리점 계약으로 새로운 면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