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소장이 지난 1일자로 3년 임기의 ETRI 소장에 연임됐다. 이번 양소장의 연임은 지난달 6일자로 전기통신기본법에 의한 법인으로 새 출발하게 된 ETRI를 다시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제2기 ETRI를 이끌어 가게 될 양소장을 만나 그의 새 포부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먼저 연임을 축하합니다. 지난 3년과 앞으로 3년을 더 ETRI의 소장으로 일하시게 됐는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 사실 임기제라는 것은 임기가 끝나면 언제든 떠난다는 생각을 강요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3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길게 내다보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죠. 지난 3년동안 하려고생각했다가못이루었던 일들을 요즘 하나씩 정리해 보고 있는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습니까.
* 작게는 연구소 뒷마당에 죽어가고 있는 소나무를 살리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3P、IMPH、일신등 제가 ETRI에 와서 내걸었던 목표들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아직도 표어로만 그칠 뿐 연구원들의 생활속 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3년간 제가 할 일은 다음에 어느 분이 ETRI를 맡게 되더라도 연구원 개개인들에게 이것이 생활화돼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연구소 의 일류화를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이같은 의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거든요. (3P는 논문(Patent)、 특허(Patent)、 제품(Product)등 3대 분야의결과물이 세계정상수준에 도달하도록 하자는 ETRI의 경영목표이며 IMPH는 21 세기 정보화사회를 지향하여 지능화(Intelligent)、 복합화(Multimedia)、 개인화(Personal)、 인간화(Human)를 바탕으로 한 ETRI의 연구개발전략이다) -최근 들어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곱지 못합니다. 분위기가이렇다 보니 연구소를 떠나는 연구원들도 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소장으로 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연구소는 연구원이 주인이 돼야 합니다. 즉 연구 잘하는 사람이가장 우대받는 곳이 연구소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이직하는 연구원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대학교수로 가는 분들이 많고 또 남아있는 연구원들도 대학 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원인은 근본적으로 대학교수에 대한 처우와 연구원에 대한 처우가 크게 다른데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급여수준이 향상돼야 하겠고 또연구소내에서의 직급체계도 바뀌어야 합니다.
즉 과장.학장.총장 등의 보직과 조교수.부교수.교수 등의 직급으로 이원화돼있는 대학의 체제를 도입해 실장.부장.단장 등 보직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체계에서 연구원.선임연구원.책임연구원.수석연구원.석좌연구원등 연구직급 을 더 중요시하는 체제가 자리잡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연구원 개개인들의 승진의욕이 연구소의 발전과 맞물리도록 하는 것이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최근 출연연구소의 연구생산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연구소마다 일류화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ETRI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저희 연구소는 양적인 측면에서 3P의 극대화를 통해 세계정상연구소로의도약을 도모해 왔습니다. 그 결과 1인당 논문편수로 볼 때 세계정상연구소라 는 NTT의 1.5배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소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합니다.
더 나아가 질적인 측면에서 ETRI의 연구결과물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자연과학및 공학분야에서 학문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는 SCI에 ETRI저널 이 등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TRI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이 올해에만 1백80여편정도가 SCI에 수록될 예정이어서 빠르면 내년에는 이 논문 들의 원천이 될 ETRI저널이 SCI에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립도 측면에서 ETRI는 국내 출연연구소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있는데 이는 한국통신을 비롯한 대형 스폰서의 존재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생각됩니다. 앞으로 통신시장개방등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ETRI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지난해부터 한국통신과제의 비중을 줄이고 국책 프로젝트위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통신과제를 수행하는 인원을 지난해 6백명에서 올해는 5백명으로 줄였고 앞으로 2백명까지 줄일 생각입니다. 무한개방시대를 맞아앞으로는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과 본격적인 연구수주경쟁을 하더라도 뒤지지않는 경쟁력을 쌓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이제 과제위탁기관의 자세도 바뀌어져야 합니다. 아직도 정부 또는기업이 연구소가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데 대해서 대가를 지불한다는 생각보다 "출연"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연구소에 기부금을 낸다는 식이죠.
-마지막으로 ETRI가 경쟁할 상대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 ETRI의 경쟁상대는 AT&T도 NTT도 아닙니다. 가MPR사나 미모토롤러사같은기업들이 앞으로는 더욱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국책연구소로서 이들 기업의 순발력을 따라간다는 것이 어려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ETRI는 충분 히 가능할 것입니다. <대전=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