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하루살이 직업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직업이 나날이 생겨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행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분류한 직업의 종류는 약 4천가지이다. 일본에서 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 직업의 종류가 1만가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10년내에 현재까지 인류문명이 만들어낸 직업의 종류보다 더많은 수의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때 직업 수행에 필요한 전문 성은 그 수명이 점점 짧아져 직업 교육이란 의미를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대학 4년을 투자해 받은 학위도, 지금 갖고있는 직업도 일회용품일 수 있다. 이제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가보다는 여러 직업을 수행하면서 어떤 변하지 않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정보처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몇개월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멀어지면, 직업인으로서 경쟁력을 잃는 정도가아니라 동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정도까지 된다. 정보사 회가 진전되면서 분산된 정보처리 모형(Distributed Processing/Computing Model 이 적용되고 있다. 이 정보처리 모형은 개인의 능력을 보다 중요시하면 서도 전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음에 설명하는 몇가지 가치 특성을낳게 한다.

첫번째 가치로 단체생활 정신을 꼽는다. 과제 수행을 위한 조직체계뿐만 아니라 회사 조직 그 자체도 다시 고려할 필요성이 정보처리 양식의 변화에 따라 점점 강하게 나타난다. 이를 일컫는 낱말로 단체정보처리(Informatics InGroup 전산지원 공동작업(CSCW:Computer Supported Cooperative Work s), 떼모(Groupware)등을 꼽을 수 있다. 회사의 조직도조차 크리넥스 문화 (일회용 문화)에 포함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은 매주회사 조직도가 바뀌기 때문에 조직도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한다. 2만명이 넘는 회사원이 공동작업하여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데 이 회사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 조류에 비춰볼 때 대학교육이나 회사 인사고과 에서도 팀단위로 작업한 결과로 점수를 매기는 새로운 평가방법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왔다.

두번째로 복수 전공자의 가치가 점점 높아진다. 컴퓨터 과학, 경영학, 통신 공학, 인지과학 등에 걸친 복수전공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93년 12월31일 저녁에 파리 UNESCO본부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4시간 넘게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것을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 들은 내용중 하나를 소개하면,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 복잡해져 이제는 한 두 사람의 천재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

그 대신 여러 전공자가 이웃 전공을 공부하여 이해하면서 공동으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집단이 유럽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분석정신과 종합정신은 서로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하여 직업의 종류 나 조직내의 위치, 역할에 따라 이중 하나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보처리 전문가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주어진 굳은모(하드웨어)나 무른모 소프트웨어 해결책을 잘 이용하기 위한 분석정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를이용하여 문제를 풀기 위한 정보처리 구조나 작업환경을 그려내는 설계자 로서 종합정신도 점점 더 필요하게 된다.

일생동안 여러번 직업을 바꾸고 동료를 바꿔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려면 완숙 한 정신과 폭넓은 문화 지식을 갖춘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국제표준 회의에 참가하여 보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며칠씩 강행군을 하면서일한다. 그러면서도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주말 저녁에 간단한 재즈 피아노 연주회를 열어 동료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어느 전문가는 그의 전공 지식이나 경험보다 재즈 피아노 연주 기술이 더욱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보처리 전문가는 겸손하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보처리 전문가는 더 이상 왕이 아니고 사용자가 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