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LG금속 동박사업 파문확산 (하)

현재 LG금속의 전해동■시장신규참여에 따른 파장에 대한 관련업계의 반응은 대략 두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덕산금속 등 기존 선발업체들은 LG금속의 신규참여는 결국 공급과잉을 초래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요업체를 포함한 상당수의 관련업체들은 대단위투자가 요구되는 소재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의 동박시장참여는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경쟁력강화를위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선발업체들이 LG금속의 시장참여를 이처럼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LG금속이 대기업이라는 점때문이다. 시장지배력을 우선시하는 대기업의 속성을 감안할 때 LG금속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경우 현재의 시장질서 가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LG금속이 후발업체로서의 약세만회를 위해 단시일내에 집중될 대단위투자 는 결국 기존 시장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LG금속이 90년대말까지 계획하고 있는 전해동박생산규모는 연간 3천톤 수준이다. 이는 올해를 기준으로 볼때 전체 국내수요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또 연간수요가 약2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2 000년경에는 대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논리에 따라 이를 약 1만톤수준까지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공급능력과잉에 따른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덕산금속측의 지적이다.

덕산금속은 또 "LG금속이 신규참여의 명분으로 일산제품의 수입대체를 앞세우고 있으나 앞으로도 동박의 수요업체인 원판(CCL)및 PCB업체들이 기술추세 등 시장정보습득을 이유로 일정분은 일본업체들로부터 계속 공급받을 것"이 라며 수입대체논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함께 덕산금속 등 기존선발업체들이 내심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항은 인력스카우트문제다. 개발.생산기술분야에서 어렵사리 육성해온 핵심인력들 이 유출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이들 업체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을 잃게된다는 판단이다.

원자재 수급난도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동박의 주원료 로 쓰이는 폐동선(스크랩)의 수급은 전체 동공급규모의 4%정도로 한정돼 있어 LG의 시장참여는 원자재 수급난만 부추겨 국내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발업체들의 이같은 시각과는 달리 LG금속의 동박시장참여를 전자산업경쟁 력강화측면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동박이 전자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소재인 만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재산업육성론을 펴고 있다.

현재 국내동박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목소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연간 1만톤에 가까운 국내 동박수요중 덕산금속 등 국내업체들이 공급하는 물량은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거의 민생용제품(ACF)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동박시장은 멀티미디어 붐에 편승해 세트의 고기능.다기능화현상이두드러지면서 향후에는 민생용보다 수입의존도가 훨씬 높은 산업용 제품(UC F)이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국내 동박산업경쟁력확보의 관건으로 떠오를 산업용 동박제품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집중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LG금속의 시장참여 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또 향후 5년간은 매년 15~20%정도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PCB생산확대추세도 LG금속의 시장참여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일본업체들이 엔고로 점차 지배력을 잃어가면서국내업체들의 세계시장점유율은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유력동■업체들간에는 채산성확보를 위해 민생용제품을 축소하거나 포기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국내 동박업체들도 PCB의 경우처럼 수년안에 엄청난 호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LG금속측은 "기존 선발업체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해외시장추세를 도외시한채 너무 국내시장위주로만 동박수요를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LG금속의 동박시장참여로 인한 파장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소재산업강국인 일본의 예처럼 선발업체인 덕산금속 등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분간 제품 및 시장특 화 등의 "역할분담"성격을 띠는 자체조정노력이 해당업체간에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