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EMI시험업체들이 바빠졌다.
EU(유럽연합)의 새로운 품질인증제인 CE마크제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CE마크인증의 관건으로 EMS(전자파내성)가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줬던 EMI시험의뢰증가세도 정체되고 있는 등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위기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통산부가 기업활동규제완화차원에서 수입품에 대한 EMI검정을 전면 면제할 방침이어서 EMI시험업계로서도 더이상 EMI에만 안주할 수는 없는 형편 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 전문사설EMI시험업계가 바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떠오르는 EMS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고 아직 EU이외엔 EMS를 규제하는 데가 없어 관련수요도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연간매출액이 고작 수억원에 불과한 대부분의 시험업체들의 입장에서 적게는 6억~7억원、 많게는 15억원에 달하는 EMS체임버와 측정설비를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재까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CE마크의 법적 근거가 되는 EN규격상 에 명시된 EMS시험설비는 ESD(정전기방전)를 비롯해 EFT 순간과도전압버스트 등 서너가지만을 포함해도 최소한 5억원을 쉽게 넘어선다는게 업계관계 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EN규격에 명시되지 않은 시험항목을 EU지역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IEC1004시리즈의 기타항목을 추가해 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EU의 CE마크만 보고 수억원을 투자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국내서도 EMS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돼 신규 수요가 대거 창출되지 않고서는 현EMI시험업계의 재정형편을 고려할 때 EMS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EMI시험업계의 EMS와 CE마크제에 대한 대책은 직접 및 간접투자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국EMC나 동안전자.삼협을 비롯해 EMI검정대행 이외의 사업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업체들은 EMS설비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마련、 또는추진하고 있다.
이미 동안전자의 경우 IEC1004시리즈에서 요구하는 주요EMS측정설비중 전계 강도측정기를 제외한 핵심장비를 이달까지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독일의 공인시험기관(NB)이자 시험소(CB)인 T UV라인란트와의 업무제휴를 적극 꾀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여의치못한 대부분의 시험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 업체들은 EMS설비에 직접 투자할만한 여력이 없는데다 그렇다고 급부상하고 있는 EMS시장을 앉아서 쳐다보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따라 많은시험업체들은 그동안 등한시했던 안전규격과 형식승인대행 등신규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직접투자는 어렵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EMS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원텍이 주업무인 EMI와 안전규격이외에 최근 스웨덴의 공인시험기관(CB)인 SEMKO의 공인시험소로 지정돼 CE마크인증대행을 추진중인 것이나 두루통상이 외국과 협력관계를 맺은 시험기관과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 등이 이같은 맥락에서다. 업계관계자들은 "EMS가 크게 부각되면서 시험업체간의 "빈인빈 부익부"현상 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자칫 "그동안 업계에 유지돼왔던 협조체제가 붕괴돼 덤핑시험 등으로 EMI시장이 크게 혼탁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