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1만여개로 추정되는 음반소매점(레코드점)들은 그동안 이렇다할 외풍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영업을 해왔다. 고작해야 "가격담합인상"이나 불법음반 이 음반소매업계내의 최대 이슈였다.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그동안 음반소매점들은 스스로의 권익보호나 시장 활성 화를 위한 구심점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음반업계내에서 제작사들은 "영상음반협(구 음반협회)"이라는 사단법인체를 갖고 있고 음반 유통사들도 비록 협의체이지만 "유통사협의회"등을 구성하고 있지만 소매점 들은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판대협)산하의 시도 지부별로 오디오분과 를 두고 있을뿐이다. 시도별 하부조직은 그나마 문패를 달고 있지만 가장숫자가 많은 서울 지역의 경우 통합된 조직이 없을뿐 아니라 이들 시 지부 조직을 통합 운영할 전국적인 조직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올들어 버진메가스토아、 타워레코드 등 외국 대형 음반유통사들이 국내 진출을 가시화하자 사정이 달라 졌다. 새한미디어、 일경물산이라는 국내 대기 업자본과 외국 대형 유통사의 노하우가 결합되어 초대형 음반매장이 속속 들어설 경우 영세소매상들은 설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소매점들의 결속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 지역의 음반소매점들이 가장 발빠르게 나섰다. 서울 지역의 음반소매점 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각 구별로 오디오분과 지회의 결성에 나서 현재 20개 구의 지회 구성을 마쳤다. 또한 이들 지회를 통합 운영할 서울지부 오디오 분과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시도 지부별 오디오 분과의 구성을 마침에따라 전국적인 조직을 구성할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서울 지역의 오디오분과는 외국 유통사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생존 권 보호 차원에서 적극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업계 내에서 적잖은 파장 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오디오 분과는 국내 음반제작사 및 도매상들에게 외국 유통사들이 매장을 개설할 경우 가요음반을 비롯해 국내에서 제작 공급 되는 CD.카세트테이프.LP.LD 등을 이들 매장에 납품하지 말 것을 요청해 놓고 있으며 상당수의 국내 업체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디오 분과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은 없지만 국내 음반 제작사 및도매상등과 공동으로 영세한 음반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당면 과제인 전국 조직의 결성은 아직까지는 수면하에서 이루어지고있어 정확한 모습을 알수 없지만 크게 3가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법인정관상 음반소매업종을 포괄하고 있는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 에 전국적인 조직체로 흡수.통합되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미산하 지부별로 분과를 두고 있는 이상、 중앙회에 오디오 분과를 두어나름의 전국적인 조직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같은 구도를 염두에 두고 판대협측은 중앙회에 오디오분과를 두어 중앙회분과위원장의 영입을 서두 르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영상음반협이 음반소매점의 조직을 흡수하는 것. 외국 메 이저의 진출에 대응해 음반의 제작.유통.판매 등 각 업종이 공동의 위기감을 갖고 있기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이다. 더욱이 영상음반협 입장에서는 미증유의 거대조직으로 등장할 "한국비디오협회"의 세력을 고려해 서라도 음반 소매점 조직의 흡수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는 음반 소매점들이 판대협이나 영상음반협회 등 기존의 단체와는 별도로 음반 소매점들의 단체를 결성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존 단체의 종용과 음반소매업 내부의 갈등 및 알력으로 음 반소매업 단체가 온전하게 생겨나기도 전에 조각나거나 아예 공중 분해되 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 음반 소프트웨어 업계 내에서 단체 결성을 둘러싸고 그동안 보여준 행태를 보면 상당히 개연성이 많다.
이렇게 될 경우 비록 외국 메이저들의 국내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긴박한 필요 때문에 촉발되기는 했지만 낙후된 국내 음반 유통 구조를 개선할 구심점 은 사라지게 되고 음반 판매점들은 골목의 구멍가게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될 것이다.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