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 가격이 속락을 거듭하면서 최근 일부 제품의 소비자가가 공장도 가 이하로까지 내려가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기인 애니콜의 경우 공장도가가 65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60만원에서 62만원선이다. 현대전자의 시티 맨도 공장도가가 67만1천원인데 최종소비자가는 최하 57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휴대전화의 이같은 판매가격 질서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장사는 남기려고 하는 게 목적인데 어떻게 공장에서 출고되는가격보다 낮게 판매할 수가 있느냐"는 것.
특히 대리점에선 공장도가 이하로는 구입이 불가능하다시피한 가전제품의 가격질서에 익숙해져있는 일반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공장도가 이하판매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는 표정이다.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면 제조업체들은 제조원가에 일정 이윤을 붙여 중간 유통상들이나 대리점에 공급하고 대리점들은 거기에다 자신들의 마진을 얹어판매하는 게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이다. 따라서 제품이 공장도가 이하로 판매된다면 제조업체나 중간유통상、 또는 소매점들중 어느 한쪽이나 아니면모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간유통 마진을 아예 없애고 제조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이윤 을 보고 판매한다는 프라이스클럽에서 조차도 가전제품을 공장도가의 1백1% 선을 마지노선으로 팔고 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판매점들은 과연 손해를 보고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다.
소비자들이 휴대전화의 가격질서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되는 이유는 "공장도 가"라는 용어에 자신도 모르게 속고 있는데서 연유한다. 즉、 공장도가를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는 시점의 제조원가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공산품에 붙어있는 공장도가、 권장소비자가는 "공산 품 관리법에 의한 표시기준"에 의거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정하는 가격으로 그 결정과정에 어떠한 법적 기준이나 제한이 없다. 다시말 하면 제품에 표시되는 공장도가、 권장소비자가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책정해 표시하면 그뿐인 것이다.
따라서 공장도가라고해서 제조원가일 필요가 없으며 또 실제로 제조원가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에 기재돼있는 공장도가에는 제조업체의 마진이 포함돼있다. 공장도가에 마진폭이 얼마나 포함돼 있느냐는 제조업체들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가전제품처럼 유통질서가 정착돼있고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일 경우에는마진이 상대적으로 적게 포함되고 휴대전화처럼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소비자 에게 익숙하지 못한 경우에는 좀 더 많이 수용되는 게 상례다. 따라서 휴대 전화가 공장도가 이하로 판매된다하더라도 제조업체나 판매상들의 마진폭이줄어들지 손해를 입는 경우는 드물다.
이같은 실상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제품의 가격표시와 비교해보면쉽게 알수 있다.
대표적인 수입제품인 모토롤러 휴대전화 가격표시를 보자. 신제품인 마이크 로택5000의 뒷면을 잘 살펴보면 수입가가 59만3천원으로、 권장소비자가가 1백25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수입가와 권장소비자가의 차이가 무려 2배가 넘는다. 반면 국산제품의 대표격인 애니콜은 공장도가가 65만원、 권장소비자 가가 95만원으로 그 차이가 1.5배밖에 안된다. 그 이유는 수입가는 말그대로 선상 인도가격(FOB)을 기준으로한 수입원가개념이기 때문에 수입업자의 마진을 얹는 만큼 그 격차가 커지게 되는 법이다.
공산품의 가격표시 기준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공산품치고 권장 소비자가대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제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최종 소비 자가가 공장도가 이하로까지 내려가는 실정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유사제 품군끼리의 가격이나 마진폭을 어느 정도 통제해준다는 점과 가격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들에게 일선 판매상들의 폭리를 예방해준다는 측면에서는 유효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장도가나 권장소비자가의 실상을 모르고 제품구입시 절대적인 기준 으로 삼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