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유효숫자 두자리

94년 12월말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4천4백12만2천1백67명? 4천3백98만 3천1백22명 ? 하긴 인구 조사가 시행되지 않았으니 통계청도 추정 총인구수만을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94년 12월말 현재 우리나라 인구가 정확하게4 천4백10만 1천9백87명이라고 알려주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유감스럽게도이숫자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에게는 별로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정보일 뿐이다.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이 숫자를 듣는 순간 잊어버리기시작하여 10분만 지나도 그 숫자를 정확히 다시 기억해내기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개인용 컴퓨터가 일반화되어있는 요즈음 PC에 내장되어 있는 CPU 속도가 66M Hz라고 하면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빠른 CPU로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CPU가 장착된 PC로 하나의 기계 명령어(컴퓨터 계산 과정에서수행되는 가장 작은 기본 단위)를 실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00000003초 정도, 그저 매우 짧은 시간이구나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년에 발표될 다음 세대 CPU는 이를 0.000000015초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대대적인 광고전을 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매우 큰 숫자나 매우 작은 숫자, 자릿수가 많은 숫자는 일반적으로 다루기가힘들다. 다루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듣고도 곧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우리나라 총인구수나 CPU 계산 능력을 나타내는 숫자는 분명우리의 일상 생활에 등장하는 숫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보통 아침 7시 30에 일어나 2백원을 넣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4천원짜리 점심을 먹고 저녁 7시에 퇴근한다. 이것을 아침 7시 2분 12초에 일어나고 1백9 8원 25전짜리 자판기 거피를 마시며 3천9백88원짜리 점심을 먹고 저녁 6시57 분21초에 퇴근한다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아무리 정보사회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루는 정보는 유효숫자 2자리를 넘는 것이 별로 없다. 유효숫자 2자리가 넘으면 기억하지도 못하고 유용하지도 않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인구가 94년1 2월말 현재 4천4백12만2천1백67명이건 4천3백98만3천1백22명이건 관계없이그저 4천4백만명 정도라고 유효숫자 두자리 정도만 알고 있으면 누구와 이야기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아주 큰 숫자나 아주 작은 숫자는 그표 현단위를 달리하여 유효숫자 2자리 범위로 들어오게 한다. 0.000001이라는표현대신 10- 으로 간단히 표현하며 2천5백만이라는 숫자 대신 25M이라고 표시하고 25메가라고 읽는다. 이와 같이 유효숫자 두자리 이내 숫자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반올림, 어림산 등의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10⒂, 10 10 을 각각 K,M ,G로 표시하여 킬로, 메가, 기가로 읽는 방법을 쓰기도한다. 아주 작은 숫자는 10-⒂, 10- , 10- 을 각각 m, um, n로 표시하여밀리 마이크로, 나노로 읽는 방법을 쓴다.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는 미터(m)를 기준으로 mm, cm, km 등으로,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는 그램(g)을 기준으로 mg, kg,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아주 크거나 작은 길이와 무게를 표현한다. 그러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는 제곱미터 를 기준으로 ㎟를 쓰기는 하지만 유용하지는 못하고 그 대신 a, u, 에이커, 평 등의 단위를 더 많이 쓴다. 이는 ㎟로 면적을 표시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집 한채가 들어설수 있는 면적 60평쯤을 표현하기 위하여 0.000198㎟라고 해야하는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보화 시대에 쏟아지는 숫자 정보들을 유효 숫자 두자리만 기억하여 적절히 사용한다면 정보의 홍수 사태에서 숫자 자체에 취해버리는 위험은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집 전화번호가 401-2899인데 대략 반올림해 400-2900이라고 기억하려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