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확장완성형 코드채택 배경과 문제점

불과 6개월만에 방침을 번복한 외국기업의 한글코드 관련 기술전략이 우리정부의 표준정책을 압도했다.

(주)마이크로소프트(MS)는 당초 오는 10월 발표될 새 운용체계(OS) "윈도즈9 5"한글판에 완성형(KSC 5601-1987)과 함께 업계 의견에 따라 조합형코드(KSC 5601-1992)를 병행지원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즉각 철회되고 대신 확장완성형코드를 채택키로 함에 따라앞으로 국내 모든 SW업계와 사용자환경은 좋든싫든 이를 따라갈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더욱이 MS에 대한 그간의 우호적 시각을 감안해볼때 정부측도 확장완성형을 새로운 KS표준으로 제정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져 주목되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윈도즈95"의 한글코드 방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 OS가 차세대 업계표준으로 정착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OS공급사인 MS로서 확장완성형의 채택은 우선 큰 어려움없이 한글자모로 가능한 1만1천1백72자의 낱자를 모두 구현할수 있게 돼 기존 2천3백50자만 지원해온데 따른 비난을 면할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확장완성형코드가 앞으로 2~3년 후면 보편화 될 유니코드의 한글구현방식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바꿔말하면 확장완성형코 드의 채택에 따라 MS는 다른 OS회사들보다 2, 3년이나 앞서 표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와관련, 미MS는 내년 "윈도즈95"와 "윈도즈NT"의 통합형태인 "카이로" OS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 제품부터 완벽한 유니코드를 구현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MS가 기업이미지 실추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합형코드 지원 방침(94년 10월 9일 발표)을 번복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MS는 "윈도즈95"에 채택될 한글코드방식이 유니코드와 별개여서는 안된다는내부방침에 따라 뒤늦게 지난해부터 대책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S는 이때부터 유니코드기술위원회(UTC)에서의 미본사 영향력을 배경으로 당시 국제규격인 "유니코드1.1"의 개정을 통해 확장완성형 코드 채택안을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2년 "유니코드1.1"을 토대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마련한 국제표준 한글부호계(10646)에는 완성형 2천3백50자와 확장한글A(Supplemental A) 1천 9백30자 및 확장한글B(Supplemental B) 2천3백76자등 모두 6천6백56자의 완 성형 낱자가 들어있다. 뿐만아니라 공업진흥청과 문화체육부가 한글코드 통일과 수천자의 고어표기를 목적으로 공동 마련한 첫가끝조합형이라는 통합코드도 채택돼 있었다.

MS는 그러나 이 가운데 코드구현이 용이치않은 첫가끝조합형 대신 완성형 및확장한글A.B에 4천5백16자를 추가、 1만1천1백72자를 완성형 낱자로 구현할수 있는 확장완성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주장은 가급적 쉬운 한글구현을 선호해온 MS、 노벨、 IBM、 HP 등 다국 적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UTC에 의해 받아들여져 지난 3월 "유니코드2.0"에 수용됐다. 결과적으로 MS는 내부적으로 유니코드를 의식、 확장완성형을 추진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기존 완성형에 조합형(KSC 5601-1992)을 병행지원하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당시 다수 SW개발사들은 OS 상에서의 조합형지원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으며M S측도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이에대한 확고한 지원의지를 확인했었다.

MS측은 그러나 지난 18일 롯데호텔 회견을 통해 조합형지원 방침 철회하면서 "조합형 지원으로 얻게될 이득이 무엇인가"라는 반문으로 확장완성형 지원방침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MS는 왜 확장완성형을 지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조합형 지원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OS상에서 조합형과 완성형이 혼재할 경우응용SW차원에서 이를 구분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즉 이같은 문제점은 동일한 문자에 대해 코드값을 서로 달리 하는 완성형과 조합형의 충돌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바로 이때문에 조합형이 정부표준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SW회사들이 이의 지원을 꺼려왔다고 MS는 주장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MS의 확장완성형코드 채택 결정이 국내 SW개 발 및 사용자환경에 적지않은 혼란을 불러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보다는득이 더 많을 것으로 낙관하는 눈치다.

즉 어떤 방법으로든 새로운 OS환경에서 현대 한글이 표현할수 있는 모든 글자수인 1만1천1백72자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 MS의 노력을 평가는 해주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MS가 조합형지원방침 철회와 확장완성형 지원방침의 연결고리로서 제시한 여러가지 해명에서 드러나듯 이번 급작스런 코드방식 번복은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확장완성형은 한글의 특성의 일부인 고어지원을 비롯 윈도즈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하지 않은 완성형지원 응용SW 및 조합형 지원 응용SW에 대해 배려 하지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 한글코드 방식의 결정을 전적으로 기업이익에 우선하는 다국적기업의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근시안적 정부정책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전례를 볼때 한번 채택된 문자코드는 적어도 30년이상 통용된다는 점에서 MS가 이번에 독자적으로 결정한 확장완성형코드의 문제점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