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현황및 문제점 외국업체가 판치고 있다. 특히 지난 93년 이후 세계 LAN시장의 성장률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데이터커뮤니케이션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LAN시 장은 93년 3백52억달러에서 94년 4백22억달러로 20% 가량 성장했으며, 올해시장규모도 5백1억달러를 넘어 19%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시장이 그리고 있는 이같은 성장률 곡선은 한국시장의 그것에 비한다면오히려 야트막한 능선에 불과하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92년 3백30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LAN시장의 규모는 93년 8백억원대로 무려 1백40%라는 경이적 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는 94년에도 계속돼 LAN시장은 1천4백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 또한 이보다 80%가량 늘어난 2천5백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계속 매년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LAN시장이 그리고 있는 성장률곡선은 "태산준령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태산준령의 위용"을 "속 빈 강정"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태반이 다. 고속 성장으로 인한 수혜를 입고 있는 업체는 국내업체보단 외국업체이기 때문이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국내 LAN시장은 엄연히 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무주공산이었고 90%이상의 시장을 점유하며 판 치고 있는 업체들 대개가 시스코 등 외국업체인 것이다.
지금까지 흘러온 LAN시장이 이를 선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LAN장비 유통구조는 한심할 정도다. 마치 외국업체를 상전으로 모시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일반적으로 LAN장비 유통은 3단계 피라미드 구조하에서 진행된다. 정점에 외국 제조업체가 있고 그 밑에 서너 개의 "디스트리뷰터"라고 불리는 국내업체 가 있어 이들 외국회사의 제품을 수입、 공급한다. 대규모 LAN시장에는 이들 디스트리뷰터가 직접 공급하고 소규모 시장에는 "리셀러"라고 불리는 중소업체가 다시 이 장비를 받아 공급한다.
복잡한 유통구조하에서 당연히 최종 수요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LAN을 구축하지만 그 실질적 수혜자는 LAN장비의 초기 공급자인 외국업체들이다. 국내업체들은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을 확보한다기보다 유통마진과 인력비용만 을 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재미를 보는 것은 장비의 초기 공급자인 그들 외국업체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국산제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PC에 장착하는 LAN카드의 경우 LG정보통 신.삼성전자.큐닉스컴퓨터.쌍용컴퓨터 등 많은 회사가 자체개발품을 내놓았고 시장에서 먹혀들어가고 있긴 하다. 그러나 LAN의 핵심장비인 허브 브리지 라우터 등은 사정이 다르다. 극소수의 회사들이 자체개발품을 내놓았지만시장 진출을 위한다기보다는 이미지 제고효과를 노리고 있는 감이 짙다. 실제로 이들 제품은 시장에서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장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스템소프트웨어、 즉 LAN운용체계인네트워크운용체 계(NOS)와 LAN과 LAN을 연결하는 장비、 라우터용 통신SW인 네트워크간운용체계 IOS 의 국내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LAN업체는 당면 이익 을 위해 외산 LAN하드웨어및 NOS와 IOS를 수정없이 그대로 공급한다. 결국 국내 이용자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필요하니까 그 제품을 그대로 쓸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업체의 기술축적은 미약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제품에 이상이 생겨도 AS받기가 순조롭지 못하며 혹시 제품을 교환받으려면 수십일 을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LAN상에서 구동되는 응용SW도 절대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응용SW는 LAN을 구축할 경우 그 이용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절대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응용S W의 종류가 빈약하고 대부분이 외산제품을 단순포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국내 현실하고는 거리가 멀다. 즉 응용SW의 부족이 LAN의 효용가치를 감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와 개발이 빈약했던 것만큼 전문인력 부족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ITI.선 경 등 소수 업체에서 LAN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성장하고 있는 LAN시장의 추세를 볼 때 어림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LAN에 대한 정책부재다. 현재 정부내에 LAN관련 전담부 서는 없다. 당연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육성대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정부 차원의 정책부재는 각 업체가 중구난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잘못된 토양이 되고 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노하우의 축적과 그를 통한 기술개발이라는 생산적인 방향 보다 단순판매를 통한 이윤추구라는 소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국내 표준 확립의 미흡、 LAN장비에 대한 시험 및 인증제도의 미확립 등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이 외국업체에겐 즐겁기 그지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유 린"이란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그들은 어느새 국내 LAN시장의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연평균 70~8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주인이 실질적으로 주인노릇을 못하고 있는 땅、 바로 "무주공산"、 그것이 우리 LAN시장의 현주소 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