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한.일멀티미디어 협력사업이 공전되고 있는 것은 일본측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1차 실무회의 이후일본측의 협력기피로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현재로서는 우리정부가 공문발송을 통해 지난 1차회의때 합의한 제2차 실무회의 를 오는 6월경 서울에서 개최하자는 제의만 해놓고 일본의 수용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한.일간의 멀티미디어 관련기술 및 인력、 정보교환등의 긴밀한 협력에 기대가 컸던 전자업체들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과의 멀티미디어 기술협력을 추진하기는 하는 겁니까" 첨단기술제공에인색한 일본 전자업체들의 생리를 감안하면 한.일 멀티미디어협력사업은 애초부터 실현가능성이 없었습니다" "멀티미디어 기술교류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설사 일본측의 전향적인 자세변화로 협력사업이 적극 추진 된다고 해도 총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일본측의 공동프로젝트개발지연과 기술정보교환 기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한.일 멀티미디어협 력사업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일멀티미디어사업협력은 지난해 9월 양국정부가 첨단 멀티미디어기술이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한 핵심과제라는 공동인식아래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본이이제까지 첨단기술협력에 인색했던 전역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일로평가됐었다. 지난해 9월 일본 동경에서 개최된 제1차 실무회의에서 양국대표들은 10월경 에 서울에서 멀티미디어 기술협력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산.학.연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교류회를 결성、 민간차원의 멀티미디어협력을 촉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첨단 멀티미디어기술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두나라간 전문가 사이의 협력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기관설립과 연수생의 상호교류도 적극 추진하고 양국의 정부내에 데스크톱 비디오회의 시스템을 설치、 화상회의를 시범사업으로 시도키로 했다.
제대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3월 서울에서 제2차 실무회의를 갖자고 합의까지 했다.
언뜻보면 양국의 멀티미디어협력사업은 화려한 듯하다. 그러나 실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일본측은 상호협력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에는 동의하면 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
1차 실무회의에서 일본측은 우리나라 연구교류회 간사기관인 전자부품연구소 와 실무접촉을 벌일 전문기관을 연말까지 통보해주기로 해놓고도 현재까지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정부가 수정제의했던 6월중의 2차 실무회의개최안도일본측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없어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가 멀티미디어협력사업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럼 일본정부가 이같이 멀티미디어 협력사업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일본이 멀티미디어 협력사업을 무역불균형의 "무마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엔고를 호기로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대일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첨단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결과적으로 무역수지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자분야의 무역적자는 올해 벌써 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무역불균형문제가 정치문제화 될 것으로 우려、 멀티미 디어협력사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여러가지 명분을 내세워 교묘히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첨단기술의 차이다. 기술협력은 호혜에 입각、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나라간에는 멀티미디어기술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도입할 멀티미디어기술이많이 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로부터 배울만한 첨단기술이 거의 없다는 생각 이다. 따라서 기술교류가 활발해져 첨단기술전수가 급속히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부머랭효과를 얻어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한 멀티미디어 시장경쟁을 벌일 것으로 일본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멀티미디어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그 지원 만으로는 부족하다. 멀티미디어산업은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각종 첨단산업 의 총합체라는 점에서 전자업체들의 멀티미디어 기술향상을 위한 불굴의 집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멀티미디어관련 기술수준이 일천하기 때문에 양국의 협력 사업을 주도하기 어렵다. 멀티미디어 협력사업을 제대로 성사시켜 기술력있는 일본의 멀티미디어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배양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생각 이다. <금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