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대표 허진규)의 팩시밀리사업 포기는 최근 2~3년새 사업다각화 차원에 서 팩스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부쩍 늘어나는 가운데 중도하차하는 기업 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신기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일진은 90년도 들어 사업다각화차원에서 팩시 밀리시장에 진출、 팩스 수출과 내수를 추진해왔으나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 하고 실적이 부진하자 팩스사업부문 매각을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 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따라 일진은 올초부터 인수희망업체 물색작업을 전개한 끝에 무선전화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신원정보통신(대표 오해성)에 금형、 생산설비 등 일체를 약14억원에 넘기기로 합의、 팩시밀리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일진이 팩시밀리사업을 포기하게 된 주요배경은 충분한 사업성과 시장상황에 대한 사전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의욕만 갖고 무리하게 팩스시장에 진출 제품개발.생산.판매력의 열세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또 일진의 팩스사업 참여를 전후해 국내외 팩스 시장환경이 급박하게 변화、 후발업체로 팩스시장 경험과 위기대응력이 부족한 일진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줬다. 결정적으로 일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별다른 내수영업조직을 갖추지도 못한채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한 저가감열팩스 내수시장에 진출、 판매부진, 일부 총판대리점의 부도 등에 휘말린 때문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최근 국내 팩스시장이 초저가 홈팩스와 일반용지팩스(PPF)로 이원화되면서이 시장을 삼성전자.LG전자.신도리코 등 탄탄한 지명도와 대리점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 후발업체인 일진의 운신폭 을 더욱 위축시키기도 했다.
또 수출시장에서도 유럽등지 바이어와 활발히 접촉、 20만대규모의 수출물량 을 확보했으나 제품개발에 차질을 빚어 실제 수출실적은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이번 일진의 팩스사업 포기는 제품개발、 내수영업조직 등 사전에 치밀 한 준비도 갖추지 않은채 사업다각화란 명분만을 앞세워 무리하게 최근 팩스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에 타산지석이 될 전망이다.
최근 팩스시장에 진출한 동국종합전자.한화정보통신.쌍방울 등 후발업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일진 생산설비를 인수한 신원정보통신은 무선전화기.전자출판등을 유럽.일본.남미지역에 주로 수출해온 업체로 몇가지 문제점만 해결하면 팩스사업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일진 팩시밀리의 디자인은 유럽등지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우수하나 일부 기능이 미흡하다고 보고 성능개선、 기능향상 등 보완작업을 거쳐 충남 괴산에 연산 50만대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제품생산을 재개해 수출 및 내수에 나설 계획이다.
신원은 현재 일진의 총판중심 내수판매전략에 위험요인이 많다고 판단、 담보능력이 충실한 대리점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며 일진의 기수주물량을 그대로 인수、 8월경 본격적인 선적에 나설 계획이다. <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