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정보화 "실핏줄" LAN산업 (4);대응책

어떤 일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염불로 끝나고마는 지적들이 많다.

근거리통신망(LAN)시장의 문제점 역시 너무도 뻔해서 누구나 한 목소리를 낸다. 한마디로 말해 국내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비약 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시장의 실리를 외국업체에 빼앗기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국내업체들이 시종일관 투자개발보다는 외산의 재판매를 통한 마진장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오래전부터 관련업계라면 누구나 그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에 대한 대책이 뾰족한 게 없다. 사실 문제점이 확연할수록 대책도 분명한 법이다. 기술력이 부족하면 이를 키우는 것 말고 대책이란 게 있을 리 없다. 또 기술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오늘보단 내일을 보고 끊임없이 재투자해야하고그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만 얻어질 수 있는 게 기술임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LAN시장의 문제는 업계의 전망과 마인드 문제로 귀결된다. 기술개발 과 투자에 인색한 데 대해 관련업계는 "개발투자에 적극적일 만큼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지않다"는 이유를 들어 항변한다. 즉 현재의 시장규모로는 투자개발비의 본전도 건지기 힘들다는 변명이다. 그러나 이런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개발투자시기는 영영 오지않을 게 분명하다. 당연히 마진장사는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술확보는 요원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의 이런 마인드는 시장전망에 대한 인식부족이 원인인 듯하다. LAN시장 이 앞으로 무한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업계 누구나 다 인정하면서도 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같지 않다. "사업은 이윤을 남기는 게일차적 목적이다"고 업계는 개발투자에 게으른 것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있는데 그 말이 업계의 본심이라면 오히려 업계는 무한히 커질 시장에 대해 실질적인 준비를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즉 시장에서 쓰일 만큼 충분히 우수 한 자체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게 이윤확보를 위한 가장확실한 길이라는 측면에서 기술개발을 일차적 과제로 삼는 게 시장에 대한 실질적 준비라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는 마진장사만을 계속하고 있다. 즉 이들 업체에겐 전망은 전망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그래서 업계 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LAN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 쌍용컴퓨터、 LG정보통신、 현대전자、 큐닉스컴퓨터 등 5개 업체가 최근 투자개발에 본격 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대변기구로 하고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함께 LAN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방안을 마련、 이에 대한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일은 LAN산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굵직한 LAN업체들이 기존 마진장사 방식이 정서적으로 자존심도 상할 뿐더러 더 이상 경제적으로도 별 이문이 없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 업체의 이번 육성방안 건의에는 개발장비 표준화 및 개발재산의 공동활용이라는 표면적인 목표 이외에도 두가지 속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히 미진했던 투자와 개발을 사회이슈화함으로써 R&D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켜 이들이 창설할 LAN연구조합에 대부분의 업체를 참여시킨다는 복안이다.이는 차후 LAN시장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마인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발판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그동안 개별적이고 느슨하게 진행되던 개발을 여러업체가 참여、 집중화함으로써 개발투자비를 줄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연구조합은 업계에 그동안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개발투자에 따른 위험부 담을 여러업체로 분산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속뜻이야 어쨌건 이들업체의 이같은 자구책 마련은 지금이 LAN시장 사수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또 이의 추진 과정을 큰 관심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번에 제시된 대책방안에 대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 지와 이들 대기업과 기관의 업계 전체에 대한 견인력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운 법이다. 게다가 하나의 일을 공동으로 추진할 때 이해문제가 있으면 잡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차피 연구조합이란 게 업계 공동의 조직이고 또 대부분의 업체가 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면 정부와 설립주체가 설득력있는 정책으로 개발에 소극 적인 업체들을 견인해나가는 데 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결국 LAN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새롭게 대책을 강구하는 게 아니다. 대책은 관련업계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 대책을 이슈화하고 구체화 할 시기다.

LAN업계는 지금 소유와 비소유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업계 의 "자유의지"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