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산업이 전체외형으로는 유례없는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PCB시장은 전자경기호조와 엔고현상에 편승해 수출및 내수시장이 크게확대되면서 올해 국내PCB생산도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이상 늘어날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출의 경우 주변기기가 중심이됐던 종전과는 달리 가격조건이 좋고 단위물량이 큰 메인보드분야의 주문이 크게 늘고 있어 PCB시장의 호황세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내수도 멀티미디어붐과 무선통신시장확대로 산업용 PCB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대다수의 PCB업체들은 생산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밀려드는 주문으로 생산라인을 풀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 양극화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은 매출과 별개로 채산성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의 채산성 악화에는 시장호황과 맞물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원판 (CCL)구득난과 외주가공비폭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코오롱 등 원판업체들은 올초 민생용 페놀원판의 공급가를 6.5% 올린데 이어 지난달에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산업용 에폭시원판의 공급가를무려 14~20%나 인상했다.
대형업체들은 실버스루홀.카본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PCB의 생산을 늘림으로써 원판가급등으로 인한 생산원가인상에 대응했다. 또 대단위의 설비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향상으로 원가절감노력을 배가시켜왔다.
그러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로서는 제품특화나 생산성 향상등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다. 게다가 최근들어 유리섬유 등 원부자재의 품귀로 심화되고 있는 산업용원판 구득난은 중소업체들에게 거의 치명타가 되고 있다.
원판업체들의 할당공급은 물량이 많고 결제가 확실한 대형업체보다는 아무래도 공급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중소업체들에게 좀 더 강력하게 적용될 수밖에없기 때문이다.
인천소재중소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종전에는 원판을 납품받은 후 한달내지45일후에 결제했으나 최근에는 대다수 중소업체들이 선금으로 구입하고 있는실정 이라며 이에따른 자금부담은 원판가격인상 못지 않은 심각한 수준이라 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다 PCB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편승한 NC드릴가공 등 주요공정 의 외주가공비 인상은 고스란히 추가부담으로 작용、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업체들의 채산성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호황세를 피부로 느끼는 올해의 경우도 이미 6~7개의 중소PCB업체들이 문을닫거나 부도를 낸 것도 바로 이같은 사정에서 연유한다는 분석이다.
또 중소업체들의 숨통을 트게 해줄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세트업체들의 PCB가격인상도 현재로선 난망해 중소업체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최근 3~4%와 7~8%선에서 각각 거론되고 있는 민생용 및산업용PCB납품가 인상폭만으로는 원자재인상 부분조차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 이다. 특히 중소업체채산성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원판구득난은 원부자재파동으로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유례없다는 호황이 중소업체들에게는"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원판품귀로 인해 공장가동률마저 떨어질 경우 이렇다할 원가절감요인을 찾지못하는 상당수의 중소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특화의 길"을 모색하기 힘든 어정쩡한 형편에 처해있는 월생산량 2만~ 3만㎡수준의 민생용제품 생산업체들과 월 5천~8천㎡정도의 산업용PCB 업체들 이 큰 타격을 받게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호황속의 시장구조조정을 가져오는 "이례적인 사태 "의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