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단말기 상용화 차질 파장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전화 개발 작업이 단말기용 핵심부품 공급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본지 6월 1일자 1면 보도)은 궁극적으로 외국 특정업체에 원천기술을 의존한 신기술 개발사업이 얼마나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은 대단히 단순하다. 핵심칩을 공급하기로 했던 미국의 퀄 컴사측이 공급 기일을 계속 어기고 있는 것이다.

퀄컴은 원래 국내 업체들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2세대 단말기에 들어가는 두종류의 칩을 94년 3.4분기중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2세대 칩이란 3개로 구성돼 있는 1세대칩의 성능을 보완하고 사이즈를 줄여2 개로 집적시킨 것으로 최종 상용서비스에 이용될 단말기를 생산하는 데 필수 적인 부품이다.

2세대 칩은 MSM 2.0칩과 BBA 2.0칩등 두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MSM 2.0 칩의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지난해 3.4분기중 공급키로 했던 퀄컴측이 11월로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올해 2월로、 2월에서 7월로 세번이나 칩 공급을 늦추면서 단말기 개발 일정에 큰 장애를 주고 있다는 게 개발업체들의 하소연이다.

MSM(Mobile St-ation Modem) 칩은 단말기에서 발생되는 신호를 처리해 CDMA 시스템으로 보내주는 칩으로 CDMA 단말기 개발과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핵심적인 부품이다.

단말기에 들어가는 손톱만한 칩 하나 때문에 수천억원이 소요된 대형 국책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맥슨전자 등 국내 CDMA개발 4사는 2년여간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돼온 개발 작업이 상용 이동전화 단말기용 칩 공급 지연 사태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의 돌출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크게 당황하고 있다. CDMA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동전화 단말기는 속성상 수많은 테스트와 현장 실험을 거쳐야하는 품목"이라면서 "올 7월에 정상적으로 칩이 공급되더라 도 당초 예정인 내년 초 상용서비스 일정에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퀄컴사측이 7월중에는 MSM칩을 공급키로 한 약속도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의 관측통들은 아마도 연말이나 돼야퀄컴이 정상적으로 칩을 공급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개발업체들은 우선 발등의 불부터 꺼야할 입장이다. 그렇다고 묘책이 나올 상황은 절대 아니다. CDMA 개발 프로젝트 자체가 퀄컴이라는 단 하나의업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하나 이번 퀄컴의 단말기용 부품 공급지연을 계기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퀄컴사와의 공동 기술계약이 우리측에 대단히 불리한 불평등계약 이라는 측면이다. 당초 약속했던 부품공급을 거의 1년 가까이 지연시키는 퀄 컴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계약시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위약금"조항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 도없는 계약이 성사된 원인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내년초 상용서비스 계획을 공언한 신세기통신과 한국이동통신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우선 1세대 칩으로 단말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개의 칩으로 구성된 1세대 단말기의 경우、 아무리 크기와 무게를 줄여도 2백80그램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게 개발사나 사업자의 고민이다.

요즘사용되는 아날로그 단말기의 무게가 통상 1백80~2백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백80그램의 단말기로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인 견해다.

이 때문에 사업자측도 2세대 단말기가 양산되는 시기까지 시범서비스를 연장 하거나 추후 단말기를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CDMA 이동전화 프로젝트는 막바지 시점에서 칩공급 지연이라는 돌출 변수를 만나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