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의 미타복사기 부품공급정책에 대한 이번 라이카 대리점의 반발은 소모품및 부품 공급권을 볼모로 대리점을 끌어들여 유통조직을 강화하려는 대우통신의 강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복사기사업의 핵심인 부품공급권을 갖고 있으면 판매제품에 대한 사후서비스 를 책임져야하는 대리점들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사기 영업은 일반 전자제품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정간격으로 토너 용지 등 소모품을 공급해야 하고 구동부위 가 많아 손봐야 할 일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복사기사업에서만큼은 제품 판매 이상으로 사후서비스가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체나 대리점은 가격경쟁이 치열한 제품 판매보다는 소모품공급、 유지보수 등을 통해 상당수준 이익을 보전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아는 대우통신이 미타 복사기의 소모품및 부품공급을 자사 유통조직에 합류하는 대리점에만 국한시키겠다는 조치는 "따라오는 대리점만 살려주고 나머지는 모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우통신이 대리점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소모품및 부품 제한공급이라는 강경수단을 동원한데는 현대전자 롯데캐논등과 라이카 대리점 유치경쟁이 붙으며 대리점 유치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라이카 본사가 부도나자 약16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던 대우통신은 채무변제와 관련해 김동석 라이카사장으로부터 1백여 대리점을 대우통신에 일괄 흡수시킨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김사장이 라이카 부도의 한 원인은 무리한 대리점 지원정책에 있다고 할 정도로 자금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만큼 그의 한마디면 모든 라이카 대리점이 "헤쳐모여"할 것이란게 당시 대우 통신의 생각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우통신은 대리.과장급 실무자가 대리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빨리 담보서류를 제출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라이카 대리점 사장들의 정서는 대우통신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김사장본인이 재기를 위해 다른 사업을 시작、 헤쳐모여를 요구했다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사장이 아닌 대우통신으로 가는 것은 별개 문제다.
개인적의리와는 관계없는 사업문제인 만큼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대리점 사장들의 생각이다.
여기에 명색이 그래도 사장인데 아무리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제조업체 실무자 라 하더라도 전화 한 통화로 담보서류를 가져와라 마라 하는 태도도 부정적 인 영향을 미쳤다.
또 대리점 사장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대우통신에서 요구하는 부동 산 등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라이카 대리점에는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자 대우통신은 라이카 본사를 통해 일본 미타사에 접근해 미타 제품을 앞으로 계속 수입판매한다는 조건을 붙여 복사기 소모품및 부품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하지만 라이카 대리점 사장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일차적인 유지보수 책임은 원제조업체인 미타에 있으며 대리점 협의회 등을 통해 국내 모든 라이카 대리점에 차별없이 소모품을 공급해야 한다는게 대리점사장들의 생각이었다.
라이카미타와는 관계도 없던 대우가 미타 복사기 소모품및 부품을 독점공급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이를 자사 유통조직에 합류하는 업체에만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라이카 대리점의 반발은 대우통신이 처음부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데다 소모품및 부품공급권을 무기로 자율적인 선택권을 박탈하는 등 계속적인 무리수를 둔 만큼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대우가 양보를 하는게 타당하다는 것이 대리점 사장들의 입장이어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함종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