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LG전자가 국산냉장고를 만든지 30돌을 맞은 날이다. LG전자가 지금으로부터 꼭 30년전인 65년 6월5일 김성사란 회사명으로 국산냉장고 제1호(모 델명:GR-120)를 생산해 초기 냉장고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요즘은 2대씩 갖고 있는 집이 있을 정도로 흔해진 냉장고가 부유층이 신분을 뽐내는 수단으로 쓰이던 때가 있었다.
경제기반이 갖춰지고 전력사정도 나아지기 시작한 60년대 초 돈 꽤나 있다는일부 계층에선여름에도 얼음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냉장고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산냉장고가 전혀 없던 그 당시 일부 부유층은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웨스팅하우스 RCA 등 미제 냉장고에 눈을 돌렸고 웃돈을 주면서까지 냉장 고를 들여놓으려고 애를 썼다.
LG전자가 개발한 냉장고는 유럽형인 직랭식으로 용량이 고작 1백20l. 또 직랭식인 탓에 성에가 많이 끼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램프 내부장착과 자동온도조절기능을 갖춘데다 외 산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값은 싼 편이어서 부유층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당시 판매가는 대학생 1년치 등록금에 맞먹는 8만6천원으로 여전히최고 사치품이었다.
LG전자가 65년에 선보인 국산냉장고는 무엇보다 업계의 냉장고기술 개발경 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LG전자의 직랭식 냉장고에 맞서 대한전선(현 대우전자) 삼성전자 등은 성에를 크게 줄인 간랭식 냉장고를 개발했고 LG전자도 대형 간랭식냉장고 등으로 맞섰다.
생산 첫 해 부산 온천동 공장에서 6천대의 냉장고를 생산한 LG전자는 이제경남 창원에 연산 2백만대 규모의 냉장고공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만들어낸 냉장고도 2천만여대에 이른다.
물론 냉장고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우리의 음식 습관 에 맞춘 한국형 냉장고와 프레온가스를 냉매로 쓰지 않는 환경 냉장고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국산냉장고 생산 30돌을 맞은 5일 창원공장에서 기념식을 갖고 첫 국산화의 기쁨을 누렸던 당시를 되돌아봤다. LG전자는 또 오는 24일까지 3천 5백명을 추첨해 사은품을 제공하는 "싱싱 사은 큰잔치"를 벌이는 한편 그동안 만든 냉장고를 모아 놓은 전시관을 창원공장에 꾸며 관람객들이 한눈에 냉장고발달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