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로에 선 "라이카 대리점"

성서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두여인이 한 아이를 데리고 솔로몬 왕을 찾아와 서로 자기 자식임을 주장하며 아이의 어머니를 가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서로 어머니라고 내세우는 기묘한 상황에 난처해진 솔로몬 왕은 그러면 너희들이 양쪽에서 있는 힘껏 아이를 당겨 힘있는 사람이 차지하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복사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와 유사하다.

지난 3월 부도난 라이카 대리점을 놓고 3개월이 넘게 대우통신과 현대전자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사 부도로 일부는 대우로、 일부는 현대 로 갔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대리점은 방향을 잡지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우는 복사기사업의 핵심인 소모품및 부품공급권을 갖고 있고, 현대는 대리 점 담보를 후하게 잡아주는 등 처음부터 우호적이다. 복사기를 팔았으니 계속적인 사후서비스를 해줘야한다는 상도의상 대우로 가고 싶지만 담보가 부담스럽다. 현대는 여러가지 조건에서 우호적이지만 소모품을 공급받을 수 없다. 다시 성서의 뒷이야기를 보면 한 여인이 울면서 이 아이는 자기 자식이 아니니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왕은 크게 웃으며 오히려 그 여인이 아이의 진짜 어머니라고 판결을 내리고 많은 상을 주었다. 진짜 어머니는 아이 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내린 판결이었다. 언뜻 생각 하기에 무지막지하다고 여겨졌던 판결이 어머니의 모성애 위에 명판결로 살아난 것이다.

다시 요즈음 복사기업계 이야기로 되돌아오면 대우는 자사 유통조직 합류 대리점에만 소모품과 부품을 공급하겠다며 라이카 대리점을 다시 힘껏 잡아 당겼다. 맞은편에서 현대도 역시 팽팽하게 당기고 있으니 라이카 대리점은 이제 곧 두갈래로 찢어질 판국이다.

국내 미타복사기 소모품및 사후서비스는 제품을 팔아온 라이카 대리점들이 끝까지 책임질 몫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제3자인 대우통신이 미타 복사기 소모품 독점공급권을 이용해 자사합류 대리점에게만 한정해 이를 공급할 수는없다. 그것이 자사 유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라면 더욱 더 그렇다.

국내 복사기업계의 온전한 발전을 위해 성서속의 여인같이 대우통신의 용기 있는 양보가 아쉬운 시점이다. <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