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해외가공 붐-저부가품 안정적공급 "비상구"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트랜지스터(TR)및 일반 로직류 등 부가가치가 떨어지는범용제품의 해외 외주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 우샤사와 외주임가공협력관계를 맺고 월 4천만개수준 의 트랜지스터(TR)를 OEM공급받기로 한데 이어 한국전자도 태국 치앙마이공단내 현지공장인 "KEC타일랜드"의 생산능력을 9월부터 지금보다 40% 확충、 "TO 92"시리즈 등의 TR를 월 1억4천만개씩 생산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증설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산업도 필리핀현지조립공장을 2배이상 확대하는 한편 리드프레임.조립장비의 생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아래 기존마닐라공장인근지역인 라구나시에 신 공장을 건립중이다.

지난 80년대말 아남산업의 필리핀진출로 시작된 반도체업체들의 해외외주생산이 최근들어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국내생산여건이 더이상 부가가 치가 낮은 제품의 생산을 허락치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보인다. 현재 대다수업체들이 해외외주조립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품목은 TR 및 일반 로직등 범용제품 일색이다. 반도체업체입장에서 보면 이들 제품들은 D램 등 메모리제품에 비해 채산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기능상의 중요성과 세계시장점 유율문제 등을 고려、 공급량을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생산원가가운데 임가공비비중이 높은 이들 제품들의 국내생산을 계속하기에는 채산성면에서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반도체업체들의 해외외주생산확대는 저부가제품의 생산비용절감효과 를 노리는 한편 국내에서는 메모리와 같은 부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주력생산해 수익률을 극대화시켜나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고 볼수 있다.

특히 외주생산은 해외현지공장진출과는 달리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지않아도 된다는 점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협력사에 턴키식으로 장비를 제공하고 국내에서 칩을 제공해 단순 조립 가공토록하는 외주생산은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대규모투자 가 사실상 필요없는데다 오히려 국내노후설비활용도 가능하다는 긍적적인 측면이 많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함께 생산기지현지화에 따른 현지시장선점효과도 국내반도체업체들의 해 외외주공장확대를 부추기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삼성전자가 우샤사와 협력을 추진한 배경에는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거대한 시장잠재력을 지닌 인도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순 없다.

바로 이런 점때문에 국내반도체업체들의 해외외주생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장잠재력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은 반도체를 "고신기술제품"으로 평가하면서 해외공장유치에 가장 의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가전 등 여타제품보다는 중국진출여건이 좋은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이미 유럽및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은 일반로직제품 뿐아니라 메모리생산을 위한 기반을 중국현지에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업체 가운데에서도 현대전자가 진난해말 총 2천4백만달러를 들여 상해시 에 로직제품위주로 설치한 생산라인을 당초 월3천개수준에서 최근 8천개수준 으로 늘려 올 9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중국 산동성 화산전자사로부터 OEM공급받아온 TR의외주생산을 크게 늘려나가는 한편 강소성 복합화단지내에 비메모리전용라인 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전자도 강소성근처에 1백30억원을 투입해 월 1억개정도의 TR생산라인을 구축、향후 2~3년안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밖에 아남산업도 필리핀공장이 완료되는 대로 중국진출을 시작한다는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으며 LG반도체도 더 늦기전에 TTL 등 비메모리제품을 중심 으로 현지시장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만 국내반도체업체들의 이같은 행보는 정치적인 안정이 가능한 ■소평 사후에 보다 정확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큰 폭의 발걸음 보다는 협력관계 유지를 위한 외주가공협력등 작은 발걸음들이 잦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