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전파월경-"굿모닝 코리아"...국경없는 방송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신가능한 위성채널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20여개 많아야 30여개가 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일본과 홍콩의 위성방송을 비롯해 오는 8월초 발사될 무궁화위성만 생각하고 이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대답은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위성 방송의 "전파월경"(spill over)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위성방송 관련업계 및 학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여러 종류 의 위성안테나를 구비한다면 무료방송의 경우 최대 50여개, 유료방송까지 포함한다면 최대 98개의 외국 위성채널을 직접 수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성만 해도 홍콩 STAR TV의 "아시아 샛1", 일본의 NHK1.NHK2와 와우와우채널을 송신하는 "BS 3a" "BS b"를 비롯해 "슈퍼버드 A" "슈퍼버드 B" "JC샛2" "팬암샛 2" "AP 스타1" "AP 스타2" "인텔샛 501" "인텔샛 508" "팰러파 B2P " "타이콤" "차이나샛 2" "차이나샛 3" "차이나샛 5"등 총 19개가 떠있다.

물론 이중에는 우리나라의 NTSC 방송방식과는 다른 PAL이나 SECAM 방식으로 방송되는 몽골방송, 귀주방송, 캄보디아TV, 러시아방송, 타이채널등이 포함 되어 있고, 미국의 CNN이나 ABC, CBS, NBC등과 영국의 BBC 같은 공중파방송 이 중복편성돼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공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수없이 많은 방송전파들이 이미 국경을 넘나들며 치열한 월경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일본의 NHK는 50개 채널용량의 디지털위성방송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올 11월부터 라틴아메리카에서 1백44개의 채널로 위성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호주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k)씨도 중국과 인도를 포함 한아시아의 방송시장을 겨냥해 동남아시아등지에서 다채널 위성방송을 실시 할뜻을 비추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아시아 상공에 떠있는 위성이 40여개에 이르고, 오는2 000년에는 8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약 1천2백개의 TV채널이 중계될 수 있으며 이중 약 1백60여개의 채널을 한국에서 수신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위성이 많아지면 앞으로 위성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중계기(트랜스 폰더)의 임차비용이 엄청나게 저렴해지므로 누구나 손쉽게 이를 임차해서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되고, 누가 어느 중계기를 임차해서 어디에서 전파를 발사하는지를 알아내기가 대단히 어렵게 된다.

때문에 이들 전파의 "월경현상"으로 말미암아 앞으로는 해외위성방송 시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별도의 수신장치를 설치해 볼 수 있게 되고, 정부 가 정책적으로 이를 하나하나 규제하기가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는 여러 위성을 통해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위성수신(접시)안테나를 설치해야 했지만,루퍼트 머독과 같은 야심가는 앞으로 1백70~2백여개의 위성채널을 18인치짜리 단 한개의 접시안테나로도 수신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위성방송 시장상황이 이렇게 급박해지자 공보처는 지난 1월13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무궁화위성 정책추진과는 별도로 해외교포를 위한 임차위성방송 △코리아채널 △아시아채널 등 "위성방송 다변화정책 을 발표했다.

해외교포를 위한 위성방송이란 조국에 대한 정보와 문화의 접촉기회를 강화 하기 위해 해외교포 위성방송망을 구축하며, 특히 미국을 대상으로 영어자막 을 넣은 국내 방송물을 교포방송 컨소시엄이 자율적으로 공급하도록 지원한 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점차 중국과 러시아의 교포방송까지 확대할 계획 이다. 또 "코리아채널"은 외국위성을 임차해 국내방송을 송출하는 것인데, 이는 아시아권 북미권, 유럽권등 여러지역의 외국 위성채널을 지역별로 임차해 국내 프로그램을 우리말과 현지어로 편성, 내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시아채널 이란 아시아 위성보유 국가들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구성 참여국가가 방송내용을 공동편성해 방송을 내보내자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위성방송 정책은 아직 입안단계에 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을 포함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위성방송부문에서 정부의 전파월경에 대한 인식 이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기존의 반대논리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전파월경의 기술적 불가피성과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논리, 더 나아가 국가간 문화전파 수단으로서의 적극적인 활용등으로 말미암아 더이상 전파월경 자체가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도 전파월경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국가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저지할 방법이라고는 사실상 수신자를 규제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이같은 규제 또한 수신장치의 발달로 인해 점점 더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마지막 남은 방법은 자국이 위성을 소유해서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도 빠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수년내에는 우리나라 상공 에 떠다니는 1백여개 이상의 위성채널을 리모컨 하나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