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로터스 디벨러프먼트.
그동안 끊임없이 소문으로 떠돌던 이 두 회사의 합병이 임박했다.
미국IBM은 지난 5일 주식 공개매입을 통한 로터스사 인수계획을 전격 발표한 데 이어 이튿날 양사 수뇌 회동을 갖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IBM의 로터스 인수계획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가 굴지의 PCSW 업체를 집어삼킨다는 것만으로 컴퓨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수금액도 그에 걸맞게 SW업계 사상 최대인 33억달러가 제시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IBM이 로터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컴퓨터 산업에 미칠 파장을 분석 하는 데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IBM이 PC산업 특히、 SW분야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로터스 인수를 계획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80년대초 PC시장 개척의 선구자였던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밀려 시장지배력을 상실하고 급기야 하드웨어 분야조차 컴팩 컴퓨터사에 정상의 자리를내주는 수모를 겪으면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터스가 갖고 있는 자산이 IBM의 이같은 의지를 실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데도 분석가들은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룹웨어라 불리는 네트워킹SW(노츠)와 전자메일(CC메일)、 표계산SW(1-2-3) 、 워드프로세서(워드프로)、 데이터베이스SW 등 로터스 제품이 PC산업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선 IBM엔 없어선 안될 중요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80년대를 거치면서 컴퓨터 환경이 중앙 집중형에서 PC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분산처리형으로 바뀌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로터스의 그룹웨어인 노츠 야말로 IBM이 이 회사 인수를 결정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분산처리 환경과 인터네트 등 컴퓨터 통신망의 발달로 컴퓨터가 통신 수단화 하면서 그룹웨어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는 문제는 컴퓨터 산업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터스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IBM의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정보산업이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마디로 IBM은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룹웨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PC산업의 영화를 회복하고 나아가 분산처리 환경하의 전체 컴퓨터산업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IBM의 구상은 다른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를 겨냥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PC 운용체계(OS) 제조를 허락함으로써 호랑이 새끼를 키워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IBM은 로터스 인수를 지렛대로 삼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을 잠재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PC SW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룹웨어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로터스 인수를 계기로 세력 판도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IBM이 지리한 협상보다 주식 공개매입이란 적대적 매수방법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몇 달이 멀다하고 신제품이 출시되는 PC SW시장에서 시간은 곧 시장 점유율 변화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IBM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룹웨 어 제품을 내놓기 전에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IBM의 이런 의도가 향후 컴퓨터업계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