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디스플레이-휴대성의 대명사

디스플레이시장이 변하고 있다. 60년대부터 지구촌가정의 안방 곳곳을 누비 면서 영상 정보기기의 왕자로 군림했던 브라운관이 서서히 퇴조하고 LCD가 새로운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또 16:9의 와이드 브라운관은 기존 가로세로 4:3비율의 TV와 2000년대에 상용화될 HDTV사이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급부상 주목을 끌고 있다.

정보산업의 발달은 정보전달자인 하드웨어와 사용자인 인간과의 거리에 정확 히 비례한다. 개인의 역할이 극대화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가정의 거실에 놓아두기만 하던 디스플레이가 책상위로 올라와야하고 나아가 손끝에까지 도달 해야 한다. 물론 핵심이 되는 화면재생력은 기존제품에 비해 더욱 뛰어나거나 거의 동등한 수준이어야 한다.

LCD는 이런 환경변화의 산물이다. 좀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개인이 손쉽게활용하는 정보화사회의 요체는 "휴대성"이다. LCD는 이것을 속성으로 해서탄생했다. 노트북형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벽걸이 TV.항공기나 자동차의 항법 장치에 이르기까지 경박단소가 요구되는 모든 디스플레이가 LCD의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에는 하나 같이 LCD를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성장 폭이 가장 큰 품목으로 꼽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브라운관이 오는 2000년 까지 연평균 5% 남짓의 소폭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LCD는 25~ 30%에 이르는 고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연구기 관이나 관련업체가 LCD의 2000년시장규모를 1백80억~2백억달러로 추산했으나 올들어서는 다시 220억달러는 훨씬 넘을 것이라고 수정발표하는 정도다.

LCD산업은 그만큼 기술및 시장규모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흔히 반도체를 황 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하지만 LCD가 반도체에 버금갈 주요부품이라는 것은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LCD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제품이 전자산업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기본부품이기 때문이다. 노트북 PC 원가중 최대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CPU나 기억장치가 아니라 바로 LCD다. 텔레비전은 차치하더라도 가정용 전자제품에 는 LCD로 대표되는 표시장치가 모두 부착되어 있다. 활용범위가 확산될수록L CD는 반도체와 함께 기본부품화될 것이다.

이미 LCD 특히 TFT기종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올해에만도세계수요는 8백만개에 이르는데 공급은 7백30만개에 불과, 70만 개가 부족하고 오는 98년에는 이것이 더욱 심화돼 무려 7백만개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장성과 시장성이 그만큼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LCD는 이른바 첨단산업이고 차세대품목이다. 반도체의 공정기술과 브라운관 의 영상표시기술, 소재산업이 어우러지는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초보단계이고 그 잠재성장폭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과 일본, 대만과 한국이 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 라인에서부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첨단기종일수록 시장 참여 시기를 한번 놓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는 반도체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2005년의 세계시장이 3백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LCD는 전세계적으로 각축을 벌일 만한 국가나 기업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라인 1개를 도입하는데 최소한 3천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초기설비투자만도 1조원이 쉽게 넘어가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원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기업과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서로 합치되어야 비로소 최소한의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은 정부지원 역시 가장 활발하다. 통산 성산하 기반기술센터가 주관이 되고 업체가 가세하는 LCD지원계획은 GTC와 HDTEC의 2개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총28억달러가 지원되는 GTC는 40인치 이상의 직시형 LCD와 고기능 TFT의 개발및 제조에 치중하고 34억달러가 투입되는 HDTEC는 53인치 이상 투사형 기종에 집중한다.

일본은 상품화되어 있는 10.4인치까지의 노트북용 제품은 샤프.세이코엡슨을비롯 민간기업이 세계시장을 이미 석권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보다 거시적인 차원을 조명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LCD를 클린턴행정부의 정보산업전략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일본이 선점한 시장에 정부 지원까지 해가며 뛰어들 경우 경쟁력 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바로 그 이유때문에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설명이다. LCD가 휴대형 PC뿐 아니라 일반가전제품, 자동차 특히군사분야에서의 활용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된다는 점에서 대일의존도를 탈피 하기 위한 독자육성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 부문 육성주관부처를 국방부로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공장설립에 5억달러, 민간기업간 공동연구에 4억5천만달러, 개별기업 연구에 5천만달러를 책정해 놓고 있다. 현재 마그나 스크린사와 에어플레인그룹에서 40인치및 60인치의 대형LCD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IBM.제록스 등 4개사가 군사용 및 항공기용 제품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만은 지난 93년부터 오는 97년까지 모두 4억달러를 지원하는 박막LCD기술개발4개년계획을 추진한다. 이 과제 의 1차목표는 14인치 TFT개발이다. 대만은 부품산업의 강점을 활용, 14인치 완제품분 아니라 컬러 필터, 백라이트 등 핵심부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들어미국 노트북PC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대만은 이를 지키기 위해서도LCD부문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다.

유럽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필립스 등 현지업체를 대상으로 유레카 프로젝트 를 설정, TFT를 중심으로 3천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LG전 자.현대전자 등 민간대기업들은 저마다 2000년까지 1조~2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정부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약부분인 컬러필터.백라이트 등 부품개발을 위해 기업과 부품연구소 및 생기원 등이 나름대로의 과제를 도출, 정부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상의 어려움에 가로 막혀 있다. 대기업들이 자기수익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에 시급히 지원할예산도 부족한 판에 이를 우선LCD부문으로 돌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산업의 중요도를 감안한다면 이에대한 지원을 소홀히 할 수 없고결국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재원의 "파이"를 더욱 크게 하는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LCD의 기술적 추세는 휴대성 강화, 대면적화, 고화질화, 저전력화가 열쇠가 되고 있다. 휴대성은 얼마나 얇은 유리기판을 사용하느냐 하는 것으로 기판 두께가 1.1mm에서 0.7, 0.5mm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전반적인 디스플레이의 대형화에 따라 크기 역시 그간 9인치 이하의 노트북용이 주종을 이루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10.4인치가 기본이 되고 있다.

고화질화와 저전력화는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기존에는 9인치의 경우 ㎞당 80cd의 휘도를 얻기 위해 6와트의 전력이 소요됐으나 지난해에는 3.5와트로 내려왔고 최근에는 2와트를 목표로 개발및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LCD의 최대약점으로 지목되는 시야각을 넓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곧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와이드 브라운관은 산업환경변화가 선행된 LCD와는 달리 업계의 아이디어상 품으로 볼 수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TV시장을 일정부분 성장시키면서 HDTV가 상용화되는 시점까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업체들이 고안한 것이다. 특징은 영화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화면의 크기를 가로 세로비 16:9로 바꾸었다. 비디오가 일상화되어 있는 현실 을 고려, TV를 통해 영화 본래의 "감동"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와이드 브라운관은 영화뿐 아니라 운동경기의 시청에도 매우 적합하다. 사실감이 기존제품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와이드기종이 선보인 이후 급성장한 것도 히로시마아시안게임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와이드 브라운관의 올해 시장규모는 대략 4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3백만대를 간신히 웃돌 것이라는 연초의 전망보다는 매우 커진 수치 다. 특히 위성방송이 와이드방식으로 결정되고 업계가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선다면 내년에는 1천만개, 오는 2000년에는 1천7백만개시장을 형성하는 폭발 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그동안 마쓰시타.소니.히타치등 일본업체의 독무대였지만 올해부 터 삼성전관.LG전자.오리온전기 등 국내 디스플레이 3사가 일제히 참여했다.

국내업체들은초기내수시장부터 장악하고 차차 수출에 나선다는 점진적 전략 을 구상하고 있고 브라운관업계 숙원인 규격표준화도 디스플레이연구조합과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