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이용한 도리짓고땡 사기도박단이 검찰에 검거됐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2부는 승패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시스템을 도박장에 설치해 놓고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도박단 3개파 28명을 적발、 14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쓴 사기도박 수법은 각 화투장에 형광물질을 발라 비디오 카메라로 무슨 패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도리짓고땡용 프로그램 을 이용、 화투패를 나누기 전에 승패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다. 진동신호기를 이용、 일당에게 우승패를 알려주는 수법까지 동원됐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첨단기술(?)이 있었기에 이들 사기도박단들은 귀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수 있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말 그대로 "부처님 손바닥안"에서 놀았던 셈이다.
사기도박기술은 이제 전자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틀리는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화투판에서 상대방의 패를 읽어내는 방법은 도박판에서오랫동안 숙련된 도박꾼의 "기술(?)"에 의해 좌우됐다.
24장의 화투패에 자기만 읽을 수 있는 표시를 하는 방법에서부터 고도로 발달된 촉각으로 점자를 읽듯이 화투패를 감지하는 방법、 아니면 놓여진 순열 을 외우는 방법、 상대의 눈을 피해 재빨리 패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원시적인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자기술이 급진전되면서 도박판에서 전자기술응용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번 사기도박사건이 이를 반증한다. 조명기구를 위장한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하고、 화투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광 표시를 했으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진동신호기까지 사용、 주위사람들을 철저하게 속였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007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첨단장치를 활용한 사기도박단이 전국에 깔려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고응용기술도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안경을 이용한 인식 및 디스플레이 기술까지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안경 하나만 휴대하면 상대편의 패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그런 시절이 올 것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첨단장비를 이용、 사기도박을 할수 있게 될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남을 속이는 일 자체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식은 죽먹기"처럼 쉬울 것이며 나아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될 게 분명하다. 이것이 첨단기술발전의 역기능이다.
전자기술발전의 혜택을 이들에게만 소외시킬 수 없는 이상, 사기도박단에게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도박에 빠지지 않는 것 외에는 별다른 상책이 없을 것 같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