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미확인 신화 (II)

지난번에는 우리나라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현장에 전해오는 확인되지 않은 신화 가운데 기술개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이야기하는 신화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경쟁할 수 있는가?" "일본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개발 할줄 모른다.(그러니 우리도-)"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응용개발을 하자. 이번엔 이 신화들에 대해 거칠게 반박하는 신화들을 살펴보자.

"틈새 시장을 노려라." 주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경쟁하려면 이미 골리앗과 같은 상대가 있으니 이를 피해 거인들이 공략하지 않은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UNIX와 같은 일반 운용체계는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거인과 시장에서 맞붙어야 하니 공장자동화나 정보통신기기에 들어가는 실시간 특수 운용체계를 개발한다.

일반 상용 DBMS분야도 마찬가지 논리로 지리정보 DBMS, 주기억상주 정보통신 용 DBMS, 그리고 문서 DBMS 등 특화된 DBMS를 개발한다.

틈새 시장이란 의미에는 새롭게 등장하는 시장도 들어간다. 아직 제대로 상품화가 안된 객체지향 트랜잭션 처리 소프트웨어, 개방형 분산처리, 지능형도우미 Agent 사용자 인터페이스기술, 대형 병렬처리기술, 영상정보처리기 술 등을 선진국과 동시에 공략해 들어간다.

"철강 조선 자동차 그리고 반도체를 보라."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이 지금은 미미하지만 앞으론 주요 전략산업으로 일어설 것이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새로 시작하려던 산업도 모두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 신화에서 빠진 것이 있다. 앞에 열거한 산업은 일반 제조업에 속하며 초기엔 적절한 기술도입과 많은 자본 그리고 생산기술이 필요한 것이었다.

소프트웨어산업은사람들이 축적하고 있는 비결들이 우선 있어야 사업화를시작할 수 있다. 이는 바로 문화적인 환경과 직결된 산업으로 볼 수 있다.

UNIX가 노벨사에 팔려가 "유닉스웨어"라고 이름이 바뀌고 아마데우스란 과제 명으로 분산 실시간 운용체계로 개량되고 있는데 거기에 채택된 마이크로 커널이 코러스(Chorus)이다. 코러스는 80년부터 86년까지 프랑스 국립연구소 INRIA에서 연구개발되었고 그 후 연구진이 나와 세운 회사에서 상품화하여 88 년에 첫 매출이 있었으며, 그 후 5년 이상이 흘러서야 결국 이 분야에서 제자리를 잡았다. 즉 10년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비결이 하나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완성시키는데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는 예이다.

"그것은 미국인들의 주장이다." 승산이 없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보다는 그것을 잘 사용하게 하는 관련 도구를 개발하거나 그것보다 응용개발 에 힘을 쓰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또는 그런 미국인들에게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은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인들의 이와 같은 주장의 뒤에는미국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 이 신화는 유럽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먼저 간파하고 반박 하는 신화이다. 우리도 이 신화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신화들은 잘 다듬어지지 않고 감정적인 요소가 포함된 거친신화들이다. 앞으로 빠른 시일 안에 이 거친 신화들의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신화가 아닌 현실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전략이 제대로 수립된다. 이를 위해 이런 신화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80년대부터이고 그때부터9 0년대 초반까지 기술개발의 정당성은 한마디로 "기술의 국산화"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기술개발 분야에서 자유화 개방화 압력이가중 되고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98년부터 WTO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자들에게는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를 요구 하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까지 열거한 신화들이 생겨났고 그 신화들은 기술개발의 정당성 문제를 다시 건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