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이번에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간부급인사를 단행한 것은 한국통신 의 경영능력을 향상시키고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이 준신임사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한국통신의 중추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간부 8명 전원과 관리급 26명 가운데 16명을 전격 전보한 이번 대대적인 인사조치를 통해 "한국통신의 제2 창사"를 해보겠다는 의미이다. 즉 능력있는 인물로 새로운 진용을 갖춰 침체 된 분위기를 바꿔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인사는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유래없이 파격적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한국통신의 경우 본사 간부를 지방으로 전출하는 것은 승진이나 중대한 과오에 대한 문책 또는 본인의 희망 등의 경우가 아니면좀처럼 찾아보기 드문 일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전례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능력과 적성에 따라 보직을 배치했다는게 이번 인사의 요체라는 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능력위주가 아닌 연공서열식의 인사관행으로 참신하고 젊은 직원들의 승진기회가 적어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결국 조직의 활성화에 저해요소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인사를 놓고 전문가들은 최근 이루어진 조백제 전 사장의 퇴임에 이어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한국통신의 간부급들이 통신망현대화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급격한 국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동맥경 화에 걸린 공룡"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또 최근의 노사분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최대 노조원을 갖고 있는 한국통신의 노사분규가 노.사간의 갈등을 넘어 정치적인 이슈로까지 심화돼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과 맞물렸다는 것이다.
노조측과 원만한 합의사항을 도출해 내기위해서는 회사측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새로운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와 관련해 이 준 한국통신사장은 "취임직후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통신이 오랫동안 독점사업을 유지해 경영혁신을 위한 외부적인 동기유발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연공서열식 인사를 지양、능력 위주의 발탁인사를 단행했고 앞으로 인사관행을 정착하기 위해서도 대대적인인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경영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개혁작업을 통해 한국통신이 국가기간 통신망의 관리운용자로서 부족함이 없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한국통신의 경영혁신을 위한 시작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대대적인 인사단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와관련 빠르면 다음주경에 팀장 및 국장급의 후속인사가 이루어질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후속인사의 내용은 이번에 본부장 및 관리급의 인사로 새로운 인물이 배치된 만큼 이들에게 참신한 부하직원을 선택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인사와 관련 기존 집행간부는 집행간부대로 노조측은 노조대로 적지않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너무하다"와 "별게 아니다"라는 상방 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행간부들은 한국통신이 지난 82년 공사체제로 전환되면서 단기간내에 전화 적체를 해소하고 전국전화의 자동화를 완성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는데 이제와서 문책이 웬말이냐는 지적이다.
반면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문책이 어디 있느냐、 단지 자리만바꾼게 아니냐"며 "책임을 지는 풍토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번 승진대상에 오른 인물들도 능력보다는 상황을 잘 판단해 적시에 대처한 사람들이 아니냐"라는 입장이다.
여하튼 이번 인사는 한국통신이 지난 82년 창사이래 처음인 대규모 인사인만큼 개방과 경쟁시대에 적절히 대처해 국익과 국민편익을 공히 누릴수 있도록지속적인 탈바꿈을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원모 기자>이국희 건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