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PCB업계를 벼랑으로 몰았던 원판가격인상파동은 최대 PCB수요처인 가전3사가 소폭이나마 구매가를 인상조정해줌으로써 일단은 한 고비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3사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일단PCB제조원가의 60%(페놀원판기준)를 상회 하는 원판가격인상분을 PCB구매가인상으로 흡수한 것으로 원판업체와 세트업체의 양면공격을 받았던 PCB업계에게는 새로운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C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1일부로 단면PCB에 대해 3.1%(LC기준) 오른 조정가격을 제시하고 있고 LG전자.대우전자 등도 가전3사 특유의 "함께 가기"성향을 감안할때 3~5%범위에서 상향조정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또한 14%대(두산전자)의 에폭시원판가격인상으로 강한 "코스트압박"을 받고있는 산업용 양면 및 다층PCB에 대해서도 세트업체들이 이달안으로 5~6%대 의 구매가인상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PCB업계가 거는 기대감은 어느때 보다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PCB업계관계자들은 "민생용 3~5%、 산업용 5~6%대의 가격 조정은 원판업계의 최근 가격인상분을 보전、 다소 숨통을 트게해줄지는 몰라도 PCB업계의 전반적인 채산성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최근 엔고와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손이 더욱 심화돼 원판 등 원부자 재가격인상분을 제외하고도 PCB제조업계가 체감하는 자연상승분은 전년대비7 ~8%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원판업체들의 설비증설이 완료되는 내년중반기까지는 전반적으로 원판수급 자체가 원할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PCB가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산전자의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는 것도 PCB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실제로 올초에 페놀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에폭시원판가를 잇따라 인상했던 두산전자는 에폭시원판의 핵심원자재인 국제유리섬유현물가격급등을 이유로 대폭적인 추가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두산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라스패브릭은 물론 페놀.페이퍼.
화학약품 등 대부분의 PCB원판용 원부자재가격이 종전보다 더욱 가파르게 올라 기존가격인상률이상의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페놀원판공급가격만해도 일본이 17~18달러、 유럽이 14달러에 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2~13달러에 머물러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추가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같은 전후 배경을 감안할 때 주요세트업체들의 최근 일련의 PCB공급가격조 정은 PCB업체들에게 있어 "가뭄속에 단비"는 될지 몰라도 오랜 가뭄을 완전히 "해갈"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3사의 일련의 가격조정움직임은 최근 가전제품가격 추가인하에 이어서 나왔다는 점에서 가전3사 특유의 대외 과시용、 또는 생색내기식 전략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PCB업계가 세트업체로부터 실질적인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원자재가격 인상분에 대한 보전도 중요하지만 PCB제조원가에 대한 실질가격을 인정하는 새로운 가격테이블을 제시받는게 보다 시급하다는게 중론이다.
실제로 미국.일본.유럽 등의 PCB가격정책과 달리 우리나라업체들은 현재 "장 당 얼마、 혹은 ㎥내지는 인치당 얼마、 층당 얼마"하는 식의 후진국형 가격 정책이 관행화돼있다.
따라서 PCB설계자체의 초정밀.파인패턴화에 따른 PCB제조공정상의 어려움을 인정해주는 선진국형 가격정책을 세트업체들이 우선적으로 수용하는 제도적 인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