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들의 광고는 기획력、 참신성、 기발함 등에서 다른 업종보다 항상 한발 앞선다.
언뜻 보기에 전자제품 광고는 방송、 언론매체 등에 국한되어 있는 것처럼보이지만 영화관 광고、 독자적인 기획행사、 공익행사 협찬 등 그 형태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무대에 전자제품 광고가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막이 오른 극단 청우의 "종로고양이"에 자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팩시밀리 광고를 시작한 것.
공연안내가 끝나면서 바로 시작되는 이 광고는 예고편과 본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나오는 영화 광고를 연상하면 된다.
단지 광고를 위한 또 하나의 연극으로, 무대에 전자제품을 설치해 놓고 배우 가 대사를 주고 받는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한마디로 실연 광고인 셈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선배 사무실에 찾아온 후배가 새로 구입한 팩시밀리를 발견하고 기능과 가격 、 제조업체 등에 대해 묻는다.
선배는 20만원대 LG홈팩스 "가가호호"임을 강조하고 원고 수발의 편의성을 들어 구입을 권고한다.
또 이번 연극에 LG가 협찬하고 있다는 것도 밝힌다.
이때 팩시밀리에 LG전자에서 관객에게 보내는 전문이 들어오고 후배가 내용을 관객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 준다.
이 광고가 한정된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광고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다"는 평가를 경쟁사로부터 듣고 있다.
가전을 중심으로 한 전자업체들의 광고가 이처럼 항상 앞서가고 있는 것은투자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업계 특성상 광고까지도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실제로 전자제품 광고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이를 통해 판매에 성공한 제품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4년전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점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던 대우전자의 도약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우전자는 공기방울 세탁기를 시작으로 탱크에 이르는 일련의 광고 정책에 서 대표이사를 등장시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해 최근에는 시장점유율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제품을 그만큼 잘 만든 탓도 있지만 대표이사를 통해 제품과 기업의 신뢰감을 확보한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하겠다.
가전3사를 비롯、 대형 전자업체들은 광고판촉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 을 투입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와 개념의 광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러는 과장、 과대광고로 경쟁업체간에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이번 실연광고와 같은 기발한 착상은 앞으로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비용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지만 광고가 기업활동에 필수불가결 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된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분발이 기대된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