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환기의 한국통신 (4);민영화

한국통신의 많은 직원들은 "민영화"하면 대체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정부가 외국의 통신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한국통신의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직원들은 대부분반대하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통신의 최고경영자 경질과 창사이래 최대규모 의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게 만든 한국통신의 노사분규사태도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노조측의 입장표명이 중요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외국에서도 추진하고 국민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한국통신의 민영화를한국통신의 직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크게 네가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중 두가 지는 한국통신 내부에서 보는 시각이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기대하는 민영화이다. 한국통신 내부의 시각중 하나는 주식이 민간에게 넘어가는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많은 지분을 민간에게 넘겨 정부로부터의 구속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매우 상반된 주장이지만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중 전자는 주식이 민간 에게 넘어갈 경우 현재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 데이콤의 대기업 지분참여 사례처럼 결국 민영화가 대기업만 살찌우게 한다는 논리이다. 또 이러한 주장 에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은 선경에서 인수한 한국이동통신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6공화국 말기인 지난 92년 하반기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선경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 곧바로 사업권을 포기했고 그 다음해 민간정부가 등장 하면서 사업권은 코오롱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선경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국기업의 거센 불만으로 대대적인 통상 마찰이 예상됐고、 사업권을 포기한 선경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통신이 출자해 세운 이동통신을 설비에서부터 인력.운영권까지 모두 선경 에 넘겨줬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당시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탓해 민영화계획을 발표했고 결국 선경이 신규회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한국이통을 얻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통신을 현재 정보통신부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별 독립채산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통신그룹화정책이 민영화와 고리를 맺어 이익이 나는부문은 대기업들의 막강한 로비력으로 독식할 우려가 있다는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정부의 민영화정책은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다"는 주장도 한국 통신 내부에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주식이 민간에게 돌아가 경영권마저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통신의 주식을 지난 93년 10%를 시작으로지난해 10%、 올해 14%를 공개했으며 내년에는 15%를 매각、 총 49%를 민간에게 넘기려하고 있으나 51%의 지분은 꼭 쥐고 있겠다는 것.

그러나 이럴 경우 한국통신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예산회계법의 적용 을 계속받게 돼 자율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민영화가 민간의 자금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민간 주도의 민영화는아니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들은 단계적으로 51%인 정부 보유주식을 매각, 현재 포철과 같은3 0%수준으로 낮춰 정부는 목표부여와 경영성과를 감독하는 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정부가 지난해 서울대 조동성교수에게 "한국 통신의 경영진단보고서"를 용역、 이달말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인데 지난해 말 있었던 이 보고서의 중간발표에서 "한국통신의 효율적 경영은 정부의 지분을 줄이는 민영화만이 유일한 대안"이고 "공익성을 고려, 정부가 30%정도 를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외부에서 바라보는 민영화도 두가지 시각이 있는데 이 또한 서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중 하나는 한국통신이 국가 중추신경인 통신망을 관리하기 때문에 지난친 주식매각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견해이다. 현재 한국통신이 공기업이어서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면서도 마진이 없는 산간벽지나 도서지역에 전화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민간화될 경우 이러한 사업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다. 이는 최근 한국이동통신의 주인이 선경으로 확실히 넘어가면서 서비스의전국 화계획을 수정、 매출이익이 많은 도심지역으로 변경해 6천억원의 투자를 줄인 데서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국통신이 공기업인 상태에서도 노사분규가 발생해 통신망의 두절을 걱정하게 했는데 민영화가 가속되면통신망의 두절 우려는 물론 실제로 사업상 취득한 비밀을 외부로 누출하지는않더라도 기업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투자기관을 민 영화하면서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국통신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국통신의 대폭적인 민영화가 그동안 지적된 한국통신의 관료주의와 비효율을 없앨 수 있는유일한 방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민간회사로 전환、 경쟁환경속에서 경영을 하게 되면 현재 관료 주의적인 거만행동과 비효율이 점차 사라지고 서비스의 품질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통신의 민영화 추진과 병행 、 통신서비스의 자율경쟁도 현재보다 더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있다. <구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