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로봇-극한작업.3D업종까지 두루..

로봇은 자동화의 꽃이다. 공작기계와 더불어 공장자동화(FA)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최근 산업전반에 걸쳐 자동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유연생산시스템 FMS 이나 컴퓨터통합생산(CIM) 등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시 그 중심에는 공작기계와 로봇이 자리잡고 있다.

로봇 용도도 다양하다. 로봇의 적용분야가 제조업에서 점차 확대되면서 원자 력, 우주산업, 해양산업과 같은 극한작업에 두루 이용되고 있고 인공지능(A I)을 이용한 지능형 로봇의 개발로 가정용 제품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한 로봇은 동작형태 및 용도에 따라 다양하며 국가마다 그 기준도 다르다.

이와관련, 국제표준기구(ISO)는 로봇을 "자동으로 제어되며 재프로그램 이 가능하고 여러 자유도를 가지며 다목적으로 이용되는 조작기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로봇의 분류는 동작형태에 따라 원통좌표 로봇, 직각좌표 로봇, 수평 및 수 직다관절 로봇으로 구분되며 용도별로 조립용.용접용.핸들링용.도장용 로봇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지난 80년대 초반 자동차 생산업체가 생산라인에 적용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이미 70년대 말 착탈용 고정시퀀스로봇이금성통신에 의해 개발됐고 80년대 초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원 통좌표형 로봇을, 대우중공업이 로딩 언로딩 플레이백 로봇을, 그리고 삼성 항공이 TV 벌브 운반용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84년 들어서 대우중공업이 아크용접용 로봇 "NOVA 10"을 개발하고 삼성항공이 조립용 수평다관절 로봇 "와이즈맨"을 개발하면서 산업용 로봇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다.

80년대 후반에 와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수평다관절 로봇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90년대 초반까지업체별로 다양한 용도의 로봇개발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로봇을 구성하는 부분중 몸체인 기구부는 80~90%가 국산화됐으며컨트롤러에 해당하는 제어부도 60~80% 국산화됐다. 하지만 응용기술은 일본 에 비해 40~6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아직도 취약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도 초창기 금성통신 금성기전 대우중공업 삼성 항공 등에서 점차 확대돼 현재는 LG산전 기아기공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했으며 특정용도로 사용되는 로봇을 생산하는 전문업체 들도 속속 등장했다.

이러한 업체수의 증가는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음을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은 계속되는 경기호조와 자동 차및 전기전자업계의 설비투자 증가, 자동화의 급진전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 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공작기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기공 대우중공업 두산기계 현대중공 업 삼성전자 삼성항공 LG산전 등 주요 7개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생산액은8 백88억2천만원으로 전년도 4백44억5천만원에 비해 무려 99.8% 증가했고 출 하액도 1백4.7% 증가한 9백63억9천9백만원에 달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20~3 0%의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은 현대자동차의 아산공장과 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 건설 등 대규모의 로봇수요를 유발하는 자동차업계의 설비투자가 진행중인데다 3D업종 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지속적인 로봇수요가 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산업용 로봇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20%정도 늘어난 1천2백 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일부 시스템수주를 포함하면 적어도 1천5백억 원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은 이러한 외형의 증가와 더불어 수요가 다양화되고 로봇의 고기능화 및 시스템화됨에 따라 점차 구조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그동안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을 주도해 온 용접용로봇의 수요가 정체되거나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다목적용으로 쓰일 수 있는 핸 들링로봇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나 전자부품업계 등 일부 특수를 제외하고는 용접용 로봇의 수요창출이 어려운 반면 핸들링용 로봇은 조립공 정을 비롯해 운반 하역 등 3D업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기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두산기계 등 일부업체들은 일찌감치 이 분야를 타깃으로 영업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 아크용접용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던 두산기계는 지난해 프레스 및 공작기계 로딩 언로딩 등의 머티리얼 핸들링 분야의 매출이 80%까지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 이 분야를 주력시장으로 설정, 프레스간 핸 들링 로봇시스템 영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수요구조의 변화는 또한 단품보다 라인 전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 중심의 이동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속도 및 정확도가 대폭 향상된 고기능 로봇이 출시되면서 이를 이용한 시스템구성이 용이해짐에 따라 산업용 로봇업체가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자동화전체를 턴키로 수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한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작기계 가공라인에 부품 착탈용로봇을 이용해 가공에서 검사까지 완전 무인 화하는 데 성공, 산업용 로봇업체들중 제일 먼저 시스템 중심의 수주에 발벗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금강 유리공장에 핸들링로봇을 이용한 시스템을 공급한 것을 비롯해 물류자동화라인, CDT조립라인 자동화 등이 분야의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유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우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ABB사의 IRB6400 등을 새롭게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일본 고베 스틸사의 도장용 로봇 KRE320모델을 도입해 공급할 방침이다.

기아기공도 일본 가와사키기공의 가반중량 30~40kg의 J S시리즈를 올 1월 부터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일본 나씨 후지코시사의 스폿 및핸들링용 로봇 SA130AR를 지난 5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엔고의 영향으로 일본에 대한 핵심부품 기술의존을 탈피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술부족으로 개발이 어려웠던 컨트롤러, 서보기구 등 핵심부품의 개발과 자체모델 개발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LG산전은 올해 초 컨트롤러 및 서보기구 등 핵심부품 일체를 독자개발한 아크용접 및 핸들링 겸용의 로봇을 개발해 선보인 데 이어 수직다관절 로봇 에 연결된 비전시스템과 AC서보모터 시리즈를 개발하는 등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업체로는 대우중공업. 이 회사는 최근 컨트롤러 등 로봇 핵심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일본 가와사키기공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 해체했던 로봇개발조직을 최근 재구성, 로봇 핵심기술 습득에 주력하며 앞으로독자적인 개발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등 로봇사업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있다. 이는 대우자동차 군산공장 건립에 따라 약 5백대 정도의 로봇 신규수요와 해외 현지공장에 필요한 물량 등 오는 2000년까지 총 1천대의 그룹내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중공업은 올해 일본 가와사키기공으로부터1차분 3백50대의 로봇을 들여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우중공업은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주력, 내년 하반기에 자체개발 모델을 공급할 방침이어서 향후 이 회사의 사업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두산기계가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컨트롤러 및 도장용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항공도 물류자동화에 사용되는 운반용 로봇 일체를 국산화했다. 또 기아기공도 프레스간 핸들링로봇시스템을 개발, 최근 화천프레스에 공급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비전인식이 가능한 로봇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용 로봇업계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적지않게 안고 있다.

우선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의 부재이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능력 증대, 품질경쟁력 제고, 서비스산업으로의 인력유출로 인한 기능인력 부족,3 D산업에 대한 기피현상 등의 요인으로 자동화의 핵심기기인 로봇의 수요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나 아직 일관된 정부의 정책이 없고 특히 서보모터 볼 스크루 등 핵심부품 개발에 대한 지원조차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들의 배타성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로봇제품을 공급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및 전기 전자업체들을 독차지하기 위해 억지로 제품을 공급하려 하고 있으며 더욱이 서로 정보조차도 교류하지 않고 있어 첨단기술 정보습득에 장애가 되고 있다. <조용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