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을 피크로 90년말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수정부품업계가 제2의 전성기 를 맞고 있다.
가전.정보통신 등 관련세트산업의 호황에 편승、 계속된 부진을 딪고 업체마 다 최근들어 30~50%에 이르는 매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수요부족에 허덕였던 91~93년과는 극과 극의 상황이다.
수정부품업계에선 요즘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내수 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고 수요처인 정보통신시장은 물론 가전부문 까지도 선전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PC.셀룰러폰.무선호출기 등 수정부품시장의 보고인 3대정보통신시장이 앞으로도 두자릿수를 넘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전망도 장미빛이다.
이에따라 싸니전기.고니정밀.국제전열 등 주요수정부품업체들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대폭적인 설비증설을 꾀하는 한편 해외현지공장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수정부품업체로 수정진동자부문에서 특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싸니전기의 경우 코드리스폰.무선호출기.이동전화기 등 정보통신용 초소 형제품인 UM1-UM5와 ATS에 중점을 두고 생산량의 대폭 확대를 추진중이다.
싸니는 또 컬러TV.VCR.통신기기 등에 두루 채용되는 49U 등 범용 수정부품 은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필리핀공장의 증설을 통해 월7백만개체제로 끌어올려 수요초과분을 보완할 계획이다.
특히 싸니는 급증하는 수요를 완전히 커버하기 위해선 구로 및 필리핀공장만 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충주소재의 자회사인 한국정밀을 통해서 일부수요를 보충키로 했다.
싸니전기와 함께 양대수정부품업체인 고니정밀도 상황은 마찬가지. 고니는 우선 중국산동공장을 2배 증설、 범용 49U와 박형 49S 등 수정진동자생산량 을 월6백50만개수준으로 끌어 올려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고니는 또 수정발진기를 월60만개에서 70만개로、 필터를 20만개에서 30만개 로 각각 늘리고 부가가치가 뛰어난 TCXO.VCXO 등 응용제품생산량도 기존 2만개에서 7만~8만개로 늘리는등 전부문의 생산량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전반적인 수요초과상태인 국제전열공업도 올해안으로 15억원가량을 투입、 수정발진기.필터.TCXO 등 각종 수정부품의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키로 하고 이를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정부품업계가 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는데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업계의 호황앞에는 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인력난. 전반적으로 제조업、 특히 부품 업체의 구인난이 가중되면서 현재 수정부품업계의 인력부족은 가히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구로공단소재 싸니전기의 경우 생산인력이 크게 모자라 필리핀현지공장의 섭외로 필리핀근로자 40명을 생산라인에 긴급수혈하는 등 이미 인력난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정.베이스.캔 등 수정부품용 핵심원자재가격의 잇단 인상과 전반적인 수급 불안도 업계의 고민거리. 또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일부소재로 인해 생기는 환차손이 업계의 채산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세트업체들이 갈수록 부품납기를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추세 라며 "인력난.원자재가격인상과 함께 단납기화에 따른 부담이 사상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수정부품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