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강국 한국을 잡아라-해외업체 국내지사 설립 붐

최근들어 해외 유력 반도체업체들의 국내 지사 설립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PLD 및 파워용 아날로그 시장에서 각각 강세를 보여온 래티스사와 맥 심사가 국내 지사를 정식 출범시킨 데 이어 최근 CPU시장에서 인텔을 추격하고 있는 사이릭스사도 지사를 설립、 법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 다이오드 및 파워IC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미IRT사도 다음달 안으로 국내 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방침 아래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 강전용 반도체와 범용 로직시장에서 대리점을 통해 공급해온 해외 유력업체 가운데 2~3개 정도가 하반기에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져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한국지사 설립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날전망이다. 이처럼 올들어 해외 유력업체들의 지사설립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국내 반도체 시장의 잠재력이 아시아의 그 어느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내의 반도체 시장은 매년 30% 가까운 고성장을 거듭해 올해 44억4천5백만 달러에 달하고 96년에는 54억달러、2천년경에는 약 1백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 반도체업체들은 한국시장이 조립산업이 우세한 싱가포르나 컴퓨터 산업 일변도의 대만과는 달리 비교적 전자산업의 저변이 넓고 고르면서도 고부가가치제품생산의 비중이 높아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잠재력 외에 해외업체들이 한국지사 설립을 앞당기고 있는 요인으로 국내시장 여건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관세는 해외업체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업계 는 98년 이후에는 그동안 한국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관세가 무관 세에 준하는 3% 이하대로 내려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의 지사설립 붐은 바로 이때를 대비해 미리 들어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포석의 의미가 짙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한국시장의 "떡"이 커지면서 지사설립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고 있는 것도 이들 해외업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실질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상 연 매출 1천만달러를 해외업체들의 지사설립 기본요건 으로 보고 있다.

자사제품의 시장규모가 1천만달러에 이를 경우 굳이 평균 5%에 이르는 마진을 주면서 현지 에이전트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1천만달러의 5%인 50만달러 정도면 지사운영이 가능한데다 본사의 효율적인 전략운영을 위해서는 지사설립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사를 설립한 래티스나 맥심.사이릭스 모두 국내시장에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또 영업의 일선을 맡고 있는 대리점 관리측면에서도 본사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사설립은 필수적이다. 여러 벤더를 갖는 안정적인 영업을 원하는 대리점의 속성상 국내시장에서 어느 특정 해외 벤더만을 솔(SOLE)로 영업 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본사의 전략이 대리점들의 이해관계와얽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거부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사는 바로 이런 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게 업계관계자 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업계는 해외지사 설립이 가져올 부대효과로, 국내업체들이 취약한 마케팅과 엔지니어 지원 등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들 해외업체 가운데 일부업체들은 지사설립을 계기로 기존 단순 오퍼세일방식에서 재고 스탁 판매로 영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알려져 최근 해외 유력 유통업체 들의 진출과 맞물려 한국 반도체 시장의 공급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보인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