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오디오시장 상반기 성적표

"가속도가 붙은 가전업체, 힘이 달리는 전문업체" 이는 올 상반기 오디오 내수시장을 분속한 결과다.

AV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디오 내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늘어난 3천4백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 1천6 백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자리수 매출증가에 그친 다른 가전업체와 달리 40% 안팎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전업체의 오디오시장 잠식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인켈.태광산업.아남.롯데 등 대부분 오디오 전문 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한자리 수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인켈의 경우 올 상반기의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안팎 증가 한 7백77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또 태광산업은 6.8% 증가한 3백30억원에 그칠 전망이고, 롯데전자.아남전자등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전업체의 약진과 AV전문업체들의 부침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오디오시장에서 가전업체들이 최근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미니컴포넌트시장에 대한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바닥세를 보이고 있는 뮤직센터와 점차 수요가 감퇴하고 있는 하이파이컴포넌트 등 AV전문업체의 주력제품의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도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40%대를 유지해온 하이파이컴포넌트의 시장점유율은 최근2 0%대로 떨어졌다. 또 뮤직센터의 시장점유율도 현재 6~7% 수준에 그쳐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반해 미니컴포넌트는 오디오의 주력상품으로 떠올라 최근에는 시장점유 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10% 미만의 매출신장률에 그친 미니컴포넌트 부문에서삼성.LG 등의 가전업체가 20%를 훨씬 웃도는 매출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니컴포넌트 신제품을 가장 많이 내놓은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매출신장률 을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밖에 전문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올들어 할인판매를 자제한 것도 매출 부진의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가전업체와 전문업체의 이같은 대비는 궁극적으로 연구개발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전업체들은 풍부한 연구인력과 막대한 자금을 갖추고 오디오 신제품의 개발에 주력해왔다. 가전업체들은 올들어 그 연구개발의 결실을 본격적으로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신제품 출시가 적어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디오 매출실적이 부진했던 LG전자도 올 하반기에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아 삼성전자를 따라잡는다는방침이다. 반면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 전반적인 불황에 시달리면서 연구 개발에 힘을 쏟지 못했고 그 결과 올 상반기에는 변변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들도 대부분 수요 감소추세 에 있는 노래방기기 등에 국한돼 있을 뿐 미니컴포넌트 신제품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오디오업계는 수요가 주로 신제품에 집중되고 있는 오디오시장의 특성상 신제품 출시 없이 매출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올 상반기에 나타난 현상 가운데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것은 바로 "오디오는 전문업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올 상반기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미니컴포넌트의 경우 가전업체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오디오 전문업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자들은 하이파이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제품 구입시 오디오 전문업체의 전문성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 됐다. 이러한 분석은 가전업체의 오디오시장 잠식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