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K World] 출판/유통-"가격파괴" 새바람 컴퓨터유통 쿠데타

출판/유통 출품동향 최근 정보화사회로의 이행이 빨라지면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수천년간 인간사회를 유지해 왔던 유통업과 출판업도 새로운 가치구조와 행동양식으로 정보화사회의 구조에 맞도록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번 "SEK`95"에 나타난 컴퓨터 및 전자정보산업 관련 유통업과 출판업의 최근 동향 및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유통분야 오는 96년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됨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전자분야에서도 나타나 최근엔 컴퓨터 유통분야에 가격파괴를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매장과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컴퓨터 종합백화점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해 가격파괴의 돌풍을 몰아 유통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프라이스클럽처 럼 컴퓨터 관련제품만 취급하는 회원제창고형 도소매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는 특별한 매장을 갖지 않는 개인대리점 형태의 유통업이 출현할 예정이다. 지난 5월27일 세진컴퓨터랜드(#908, ☎051-441-1101)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에 대규모 컴퓨터관련 백화점인 세진컴퓨터랜드 잠실점을 개장해 업계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이 회사는 연일 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를 해가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회사가 광고비로 투자하는 금액만 해도 월평균 6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한다. 이와함께 컴퓨터무료교육, 컴퓨터무상수리 등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어 기존 대리점에서도 이에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에 본점을 둔 세진컴퓨터랜드는 이미 부산.경남지역, 대구.경북지역, 대전.충청지역에 이와 비슷한 규모의 대형 매장을 개점했으며 지방업체가 서울 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세진컴퓨터랜드와 같은 유통업태를 카테고리 킬러라고 부른다. 카테고리킬러란 컴퓨터나 가구, 어린이 완구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모든 제품 을 구비하고 한자리에서 모든 제품을 비교검토한 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매장을 갖춘 유통업태이다. 해외에서는 토이저러스나 서킷 시티 등의 업체들이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컴퓨터뿐 아니라 타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카테고리킬러와 함께 나타난 신종 유통업태가 회원제창고형 도소매점이다.

회원제창고형 도소매점(MWC:Membership Wholesale Club)은 말 그대로 회원제 로 운영되며 생활잡화나 식품을 기존 소매점 가격에 비해 60~70% 정도 낮은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프라이스클럽이나 샘스클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컴퓨터분야에서는 최근 회원제전문할인점을 표방하며 (주)소프트라인(#131 5, ☎02-5080-134)이 "컴퓨터클럽"을 개장, 전국에 9개의 매장을 확보한 상태이다. 컴퓨터클럽 은 일정액의 연회비(개인회원 6만원, 기업체회원 20만원)를 지불하면 회원들에게 컴퓨터클럽카드를 발급, 전국 매장 어느 곳에서든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컴퓨터관련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철저한 현금 구매만 가능하다.

회원제 할인전문점인 "컴퓨터클럽"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대리 점가격과 비슷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판매방식 때문.

성필원 소프트라인사장은 "회원들로부터 받은 연회비와 제조업체들로부터 생기는 유통마진을 상쇄했기 때문에 원가에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만약 제조업체들로부터 30억원에 구입한 제품의 마진이 10%(3억원)라 면, 연회비를 이와 같은 액수인 3억원만 거두어 들여도 제조업체들의 마진을 무시하고 원가인 27억원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제조업체들로부터의 마진이나 연회비가 같아 자금면에서 손해볼 것이없는 데다 미리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소프트라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더욱 독특한 판매방식을 채택한 개인대리점 을 모집하고 있어 또다시 유통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대리점이란 종전의 대리점처럼 일정규모 이상의 매장과 담보를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람 자체가 대리점이 돼 영업에 나서는 형태이다.

본사에서는 개인대리점이 원활히 영업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문의전화를 근처 개인대리점업자들에게 연결해주고 개인대리점업자들은 해당지역에 직접 찾아가 상담 및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성사장은 "지금까지는 생활에 쫓겨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어도 구입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개인대리점제도가 시행되면 컴퓨터를 사기 위해 매장에 나오는 번거로움이 줄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프트라인은 6월중 개인대리점을 모집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 다. 이같은 소프트라인의 판매방식으로 인해 기존 대리점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대리점업자들 뿐아니라 이들을 보호해야할 제조업체들까지 일제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컴퓨터제조업체들은 최근 이 회사에 공식 항의문을 보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소프트라인의 판매방식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제 유통분야는 종전의 판매방식을 고수하는 쪽과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쪽, 대형매장과 체인형태를 갖춘 대규모 유통업체와 회원제전문할인점의 경쟁에서 더 나아가 제조업체 대 유통업체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통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휘어잡는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체가 일방적으로 유통업체에 물건을 팔아왔지만 앞으로는유통업체들이 제품을 기획, 구성, 디자인해서 판매가격과 마진을 책정해 제조업체에 넘겨주고 제조업체는 단순히 제조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만간 가격혁명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증가 때문. 지금까지의 구매행태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제조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제품을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산업이 더욱 고도화되고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게 되면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정보화의 진전과 소매업의 대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 일본에서는 현재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체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유통업은 반년전부터 소형 유통점포들이 도산하거나 대형유통점으로통폐합되면서 유통업체들의 발언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불필요한 유통단계와 물류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첨단 정보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원가절감 차원에서 생산수단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최첨단 방식으로 최첨단 제품을 판매하는 컴퓨터 유통업체들. 이들의 움직임은 전자산업뿐 아니라 타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유통산업의 변혁을 더욱 부채 질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분야> 변화의 바람은 출판분야에서도 불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공급된 PC는 1백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이 가운데 486급 멀티미디어PC의 판매가 20만대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에는 전체 공급될P C의 80%를 멀티미디어PC가 차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컴퓨터의 보급확대와 멀티미디어바람에 따라 출판업계는 이 분야에대한 다양한 종류의 안내서적을 발간하고 있으며 최근엔 CD롬 형태의 서적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같은 컴퓨터관련 서적의 출판붐으로 현재 서점에 보급된 각종 컴퓨터 입문 서적 및 기술서적은 약 1천여종에 달한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만 해도 *월간지 "헬로우PC", "컴퓨터타임즈" 등을 발행하는 대청정보시스템(#1005, ☎02-714-9120) *월간지 "PC서울"," 시사컴퓨터"를 발행하는 두성정보통신(#1006, ☎02-322-3673), *월간지 경영과 컴퓨터", "마이컴" 등을 발행하는 민컴(#1002, ☎02-333-4101) *월 간지 "프로그램세계"의 씨매거진(#1001, ☎02-817-9416), *컴퓨터 및 정보 통신분야를 다루는 전자신문사의 월간지인 C&C(#1208, ☎02-6368-114) 컴퓨터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영진출판사(#1210, ☎02-794-9000) 정보문화사 401 1211, ☎02-702-6788) *정보시대(#1103, ☎02-586-4004) *크라운 출판사(#1314, ☎02-745-0311) *격주간 발간하는 컴퓨터관련 전문잡지인 하이테크정보(#1007, ☎02-325-7812) 등 10여개 업체에 달한다.

수많은 컴퓨터관련 서적이 출판돼 이들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출판 업체들은 자구책마련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현재 컴퓨터 및 정보통신과 관련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문잡지의 가짓수만 해도 약 40여종.

게임전문잡지, 정보통신관련 잡지, PC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를 지향하는 잡지 PC통신만을 다루는 잡지 등 각양각색이다.

전문화, 세분화를 추구하는 것은 잡지뿐만 아니라 일반 컴퓨터관련 서적에서 도 나타나고 있다. 크라운출판사의 경우 정보처리 및 워드프로세서 분야와관련 약 70여종의 책을 발행하고 있으며 컴퓨터분야는 이보다 5배나 많은 3백50여 종을 출판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MS-DOS"에서부터 각종 컴퓨터언어 게임, 윈도즈 등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영진출판사 역시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관련 전문서적을 발간하고 있다.

컴퓨터관련 서적이 점차 전문화 세분화되는 것과 함께 또 한편으론 CD롬 형태의 출판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CD롬은 CD에 정지화상 및 동화상을 담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주로 영화나 사진, 게임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최근엔 응용분야가 점차 다양해져 컴퓨터를 배우는 방법을 보여주는내용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은 CD롬까지 다양한 분야의 CD롬이 제작 되고 있다. 게다가 수험생을 겨냥, 멀티미디어PC를 이용해 영어공부를 할 수있는 토플, 토익 등의 서적이 CD롬으로 만들어져 학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컴퓨터 및 멀티미디어PC의 보급이 확산될수록 CD롬 서적 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크라운출판사의 전산연구부에 근무하는 서광식과장은 "컴퓨터관련 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업계도 이에 대비해 다양한 내용의 출판물을 발간해 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특히 윈도즈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윈도즈 패키지 및 멀티미디어와 관련된 출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D롬 서적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출판사들이 이에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있으나 법적인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당분간 보급확대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CD롬을 서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CD롬 서적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및 CD롬 제작업계의 관계자들은 국세청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반발 하고 있다. 단지 형태나 소재가 종이가 아니라는 이유때문에 서적 이외의 것으로 분류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며 정부가 외치는 세계화, 국제화 에도 어긋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내용을 일부는 책으로 발간하고 일부는 CD롬으로 제작했는데 왜 두 가지의 가격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낙관론을 펴고 있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업계의 발달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법이나 문화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제는 멀티미디어시대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도 조만간 CD롬을 서적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CD롬 형태의 서적은 현재에도 줄을 잇고 있다. 이제는 어린이 들의 동화를 담은 CD롬까지 판매되고 있다.

현재 출판업계는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맞춰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이들의 변신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 아니라 정보화사회를 주도하기 위한 도약의 발돋움이어서 주목된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