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스크린쿼터제 영화계의 쟁점으로 다시부각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인 국산영화 의무상영제(스크린쿼터제)가 도마위에다시 올랐다. 문화체육부가 최근 스크린쿼터 위배 극장에 대한 처벌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인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13일 스크린쿼터 위배극장에 대한 처벌을 현행규정의 최고4 분의 1 수준으로 축소, 94년 위배분부터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스크린쿼터 위배에 따른 행정처분기준 조정내용"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에 통보했다.

스크린쿼터는 세계 각국이 자국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를 정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4년 제4차 영화법이후 연간 1백 46일을 의무상영일수로 정해 놓고 있으나 실제로는 1백6일로 대폭 줄여 시행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규정은 스크린쿼터 위배날짜가 20일 이내인 경우 위반일수 만큼 영업정지를 시키고 21일을 넘으면 20일을 넘는 날짜에 대해서는 두배로 가중처벌하게 돼 있다.반면 조정안은 스크린쿼터 위배날짜가 20일 이내인 경우 최고 5일의 영업정지를 부과하고 21일이 넘으면 20일을 넘는 날짜에 대해서는 하루씩만 가산해 영업정지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전에는 극장이 스크린쿼터를 30일 위배했을 경우 40일의 영업정지처분을 받아야했지만 올해부터는 영업정지 일수가 불과 15일로 대폭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로 위배극장은 현행보다 4분 1 수준의 감면혜택을 받게됐으며 그만큼 국산영화는 설자리를 잃게된 셈이 됐다.

따라서 영화인들은 문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영화계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극장주들의 영업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특히 문체부가 영화정책 부재라는 그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의 제시가 필요한데도 이는 접어놓은 채 스크린쿼 터 위배극장에 대한 처벌규정을 완화한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조치라며 분개 하고 있다.

이와관련 영화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영화를 비롯한 외국영화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산영화의 살길을 마련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국산 영화를 고사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문체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스크린쿼 터감시단의 한 관계자도 "국산영화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방화진흥의 초석이 되는 스크린쿼터제를 정부가 앞장서서 무너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일 이라며 문체부의 이번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이같은 비난에 대해 몇가지 이유를 들어 해명하고 있다. 우선 현행 규정대로 위배극장을 모두 처벌할 경우,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극장들이 한 달이상 문을 닫아야 하며 이렇게 될 경우 국민들 또한 "문화향유의 기회"를 잃게되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게 문체부가 내세우는 첫번째 이유 다. 문체부는 또 93년 64편, 94년 65편에 이어 올해도 70편에도 못미칠 것으로예상되는 국산영화 제작편수로는 법으로 정한 연간 국산영화 상영일수인 1백 26일을 이행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이같은 경감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일방적으로 극장주들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물론 극장주들의 영업이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산업의 고른 발전을 위해 스크린쿼터제의 신축적인 운영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하다 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문체부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한 정책연구원은 "극장 들의 문예진흥기금 횡령사건 등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극장들의 비리와 탈법의 구체적인 모습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 이 때에 극장들에 대한 관리.감 독을 강화해야할 문체부가 거꾸로 극장주들의 영업이익 보호에만 앞장서는것이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스크린쿼터제의 경우 극장들의 허위공연신고, 개봉관에서의 2개 프로그램 동시상영등 변칙적인 방법을 이용한 위반사례가 스크린쿼터감시단 에 의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스크린쿼터 감시단이 지난 한햇동안 1백35개 전국 주요 극장을 대상 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백26일이상 국산영화를 상영한 개봉관은 서울의 경우 5개관에 불과하며, 전국 대부분의 극장이 평균 70일정도 국산영화를 상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자료에 비춰볼 때 연간 70편에도 못미치는 국산영화 제작편수로는 스 크린쿼터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규정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는 문체부 의 논리는 다소 빈약한 것이 아니냐는 게 영화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따라서 영화인들은 문체부가 국산영화 의 제작편수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스 크린쿼터제를 약화시키기보다는 먼저 국산영화의 제작편수를 늘릴 수 있는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테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화 제작자들을 위해 영화제작 기금을 조성하고, 영화제작자들의 방송및 케이블TV용 프로제작 참여를 허용 하는 한편 종합촬영소건립과 영화인학교 설립등 인프라구축에 정부가 힘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현재의 능력으로 국산영화의 제작편수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수 없다면 영화인 스스로 한국영화를 지킬 수 있도록유일한 방패막인 스크린쿼터제만이라도 현수준을 유지해달라는 게 영화인들 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