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책없는 도서관

지난 5월 미국 워싱톤 DC에서는 전자 도서관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 에서는 전자화된 미래의 도서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 이 제시하고 있는 디지털 도서관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 털 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보관되어 있고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커다란 지식 의 저장소로 정의되었다.

책을 찾아보고 빌려주는 곳 뿐만 아니라지식을 찾아보는 곳으로 인식됐다.

둘째인쇄된 책만 찾아보는 곳이 아니라비디오 음악 사진등 멀티미디어로 된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셋째 그러한 도서관이 한 곳에 있지 않고 여러 군데 흩어져 있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정보가 어느 곳에 있든지 사용자들에게는 장소에 대한 투명성(transpara ncy)이 제공될 것이다.

넷째 이제까지는 책들간에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비해 책들간의 정보가서로 연결(hyperlink)되어 다른 책에 있는 정보에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다.

다섯째 사용자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단말기로 쉽게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도서관에 가봐야 컴퓨터, 디스크 어레이, 오디 오 비디오 기기, CD롬 그리고 위성 안테나등이 있을 뿐 책은 하나도 보이지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될 문제점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패널 토의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그려내는 전자 도서관의 미래를 보고 사서(librarian)로 보이는 한 청중이 "그 그림에서 그러면 사서는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의 걱정스러운 질문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기계 번역기개발에 대한 계획이 나왔을때 가장 많이 걱정하던 사람들이 전문 번역사들이었던 것과 같이 자기의 직업이 혹시 없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두려움이 있어 보였다. 기계 번역기를 개발하려는 과학자들이 그 기계 번역 기는 당신네 번역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다독거렸듯이, 그 날의 전문가들도 전자 도서관에서 사서의 역할은 정보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사서들이 지식 관리자 infomation manager)나 지식 항해사(knowledge navigator)로서 정보의 검색 색인 그리고 요약같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리고 많이 토론된 주제가 역시 저작권 문제였다. 토론 참가자들의 입에서책과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침해 부문에서 중국이 많이 거론되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어 그런지 이름 이 거론되지 않아 큰 다행이었다.

이 저작권 문제는 책과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사진, TV 프로그램, 음악, 데이터베이스 등 모든 창작물에 대해 다 적용되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보가 네트워크 뿐아니라 위성을 통해서도 전달되므로 저작권 침해 현상이 보다 쉽게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전자 도서관을 아예 전자정보 유통(digital transmission)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결국 정보의 유용성과 보안의 두 가지 다른 입장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하느냐 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역시 기술적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거론되었다.

원본을스캐닝하여 디지털화하는 기술, 디지털화된 정보를 계층적으로 저장 하고 관리하는 기술, 저작권을 보호하고 사용자를 추적하는 기술, 그리고 정보를 찾고 접근하는 문제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특히 데이터를 정보로 바꾸고 그 정보를 다시 지식으로 바꾸는 일이 전자 도서관을 만드는 가장 핵심 적인 기술인 것을 강조하였다.

이 포럼을 지켜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런 빠른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데 그렇지 못한 일반 사람들은 종이로 만들지 않은 책, 책없는 도서관에 대해 얼마나 더 큰 두려움을 가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