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SW)유통업계에 이른바 양판체인점 사업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유통업체치고 각양각색의 이름을 붙인양판체인점 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가 거의 없다. 비슷한 사업이면서도 그 명칭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 양판체인점 모집광고에 "약방에 감초"격으로 빠지지 않는 표현 이 있다. "유통혁명"이니 "가격파괴의 총아"니 하는 수식어와 함께 확실한 투자、 성공보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컴퓨터 및 SW 양판체인점 사업만 하면 떼돈을 벌 것 같은 표현들이다.
양판체인 사업은 유통업체가 대량의 물건을 싼값에 구입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박이다매로 이윤을 최소화해 소비자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파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론적인 근거에 비쳐보면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유통질서의 문제이다. 양판체인점들이 가격파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가의 제품을 구매、 일정한 이윤을 남기고 파는 기존 소규모 소매점들은 설자리를 잃고있다. 기존 소규모 소매점들은 그동안 가격파괴를 앞세운 양판체인점 등장에 대비 、 나름대로 가격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제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 보다는 소리없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더 많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양판체인점들은 취급 전제품을 대대적으로 할인판매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실내용면에 서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높은 할인율을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가격파괴 대상품목이 오래된 재고품이 아니면 비인 기품목으로 한정되어 있는게 대부분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할 양판체인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돈만내면 무조건 가맹점을 내주는 "마구잡이식 가맹점 모집"도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적정이윤이 보장돼야 생산자는 재투자를 할 수 있다. 이익이 있어야 유통업체는 대고객서비스 향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볼 때 작금의 가격파괴를 주도하는 양판체인점들은 원가개념을 무시한 가격경쟁으로 생산-유통-소비자를 튼튼하게 이어주는 "적정이윤"이라는 고리를 끊어버린 유통파괴자 로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다른 중소 가맹점에게 해를 끼치는 가격파괴 주도형 양판체인점 사업은 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반드시 정화돼야 할 것 같다. <김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