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증기관과 잇단 제휴 배경

최근 유럽의 규격인증기관들이 대거 국내에 상륙하고 있는 것은 내년 1월 시행예정인 "CE마크제"로 인해 이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유럽수출의 최대 관건인 CE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유럽소재의 공인시험소 즉 CB(Competent Body)와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철저한 블록 이기주의 성향을 담고 있는 CE마크제가 EU역내의 CB를 이용할수밖에 없도록 교묘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 국내업체들이 CB와의 연계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물론 CE마크제는 유럽의 CB를 통한 간접적인 인증방식 이외에 제조자의 "자 기인증(Self Certification)"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유럽의 인증기관을 통하지 않고 제조업체 스스로 CE마크를 부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네임밸류 와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우리나라 업체들의 현실은 다르다. 자기선언 방식으로 CE마크를 부착、 유럽수출을 현상태로 유지한다는것은 사실상 불가 능하다. 때문에 적어도 국내 업체들이 품질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고、 CE마크 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자기인증"보다는 EU역내의 CB를 통한" 제3자 인증"을 더욱 선호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VDE、 SEMKO、 TUV 등 유럽 규격인증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CE마크를 획득할 경우 EU소비자들에게도 그만큼 품질의 신뢰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업체와 CB와의 연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EU가 CE마크제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EMS(전자파 내성)에 대한 규제를 가한다는 사실도 유럽 규격인증기관의 국내 진출을 부추기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내 전기.전자업체들은 유해전자파로 인한 능동장해인 EMI에는 상당히 익숙해 있다.그러나 EMI의 상대적 개념인 EMS에 대한 대책은 극히 미진하다. 이는 곧 국내업체들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저하시켜 결국 자기선언을 할 수없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EU 소재의 CB를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를 종합해 볼 때、 현재 상황에서 CE마크제의 태동으로 국내 관련업체 및 기관과 CB、 혹은 NB(Nortified Body) 수준의 유럽 인증기관과 의 제휴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유럽인증기관들이 이같은 국내업체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칫 손 안대고 코 푸는"식의 혜택을 보게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국내업체들이 막대한 설비투자와 인력을 투입、 승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이들 유럽인증기관들은 단지 "이름" 하나만으로도 50% 를 챙기는 짭짤한 실리를 얻는 것이다.

실제로 TUV 등 독일 인증기관과 업무제휴를 추진했던 많은 관계자들은 "업무 제휴라고는 하나 결국은 국내업체들이 재주를 부리고 이익은 외국 인증기관 이나 업체들이 챙기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이 CE마크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 유럽수출을 지속적 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럽 인증기관들과의 업무제휴보다는 CB수준의 현지시험소를 EU역내에 확보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경우 이미 CE마크제를 통한 유럽의 신보호무역주의에 대비、 JVC.도 시바.마쓰시타 등 상당수의 전자업체들이 CB급의 상품시험소를 EU역내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반해 국내업체들은 삼성전자가 독일에 "삼성구주상품시험소"를 설립한게고작이며 LG전자.현대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들 조차도 유럽기관과의 업무 제휴를 통한 우회진출에 만족해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에 CB수준의 시험기관을 두려면 10억원 안팎의 시설투자와 엔지니어.관리요원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고 밝히고、 유럽수출비중이 높고 품목이 다양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는 이같은 일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앞으로도 유럽인증기관과의 제휴는 더욱 늘어날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