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LAN 황무지" 개간 급하다

지난 몇달에 걸쳐 합동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다.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 이 되어 정부, 산업계, 연구계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나라 LAN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필자도 그룹에 끼어 우리나라의 LAN산업 형편도 살펴보고 육성방안도 검토하는 등 고민을 해봤는데 한마디로 허탈한 느낌만을 가져야 했다. 보고서 제목은 LAN산업육성방안이었지만 우리나라 LAN산업의 상황으로 볼 때 육성 단계에 까지 가 있을지도 못한것 같다. 육성할 단계라면 싹은 이미 튼 상태여야 하나 우리나라 LAN산업 은 우선 싹이라도 트게 해야 할 급박한 상황인 것 같다.

LAN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초고속정 보통신망과 같은 국가적인 정보고속도로가 큰 도시 간에 구축되면, LAN은 이와 연계되어 시내의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기간 통신망은 대동맥과 같고 수 많은 실핏줄이 LAN에 해당한다고 볼 수있다. 대동맥은 인체에 한두개만 필요하나 실핏줄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듯이 향후 초고속정보통신망에 연결되어 이용될 LAN의 규모는 엄청나며, 산업 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요즘 곧 다가올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대해 잔뜩 꿈이 부풀어 있다.

너도나도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얘기하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하루가 멀 다고 각종 워크숍, 발표회 등에서 외국의 기라성같은 전문가까지 모셔다 놓고 꿈과 같은 정보화 시대가 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고 행복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의 형편을 냉철히 살펴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하는데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LAN산업현황은 "황폐화"란 단어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90% 이상이 수입품이다. 내수 10%는 LAN용 케이블과 일부 장치 에 불과하다. 외국의 유명 LAN관련회사는 우리나라에 모두다 손 뻗쳐 놓고 있다.

우리나라 회사는 외국회사 제품을 재판매하는 딜러 역할이 고작이다. 수많은중.소규모 딜러가 난립된 상태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LAN업 체가 국내 대기업들을 모두 모아 본격적인 딜러 역할을 하도록 추진하다가 주춤한 상태에 있다. 무주공산이니까 당연한 현상으로 느껴진다. LAN은 공중망 영역이 아니고 사설망 영역이기 때문에 그사이 정부는 물론이고 공중 통신망 사업자의 관심밖에 있어 왔다.

공통적으로 사용하거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표준도 없다. 이용자는 불평하면서도 하는 수 없이 그냥지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같은 개 방화 시대의 외국산이면 어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국경은 엄연히 존재 하고 있고 우리는 그 울타리 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LAN산업의 싹을 트게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ETRI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공동으로 LAN기술 개발을 추진하여 싹이 틀 뻔하다가 ETRI내에서 프로젝트가 없어지면서 흐지부지되고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 명맥만이라도 유지되 었다면 지금과 같이 황무지가 되지 않았으리라 본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 시기적으로 늦었거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 서비스가 광대역화 되고 ATM통신망을 기본적으로 재정립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LAN 관련 기술도 현재 일대 변혁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에서는 광대역 정보통신만 연구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이미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기본적인 기술은 확보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좀 더 이 분야의중 요성을 재인식하고 새출발하는 마음 가짐으로 산.학.연이 공동노력한다면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LAN산업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의하고 대책을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정보진흥협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를 통해 마련된 LAN 육성방안이 빛을 보게 되어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