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유통업계에 "가격파괴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프라이스클럽등 대형 전문 가격할인매장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가격파괴매장 이 속속 등장、 이같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식음료와 의류、 농산물등의 가격파괴가 이루어진 지는 이미 오래됐으며 일부 소비재 공산품은 최근들어 가격파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가전제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가전제품은 그동안 가격파괴 대상품목이 아니었다. 가전업체가 유통을 주도、 가격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할인점등 일부 가격파괴점에서 가전제품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가격이 전문상가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가전제품의 가격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8월과 올 6월 2차에 걸쳐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지난해말 특소세 인하로 일부 주요 제품 가격은 또 내렸다. 이로 인해 가전제품 가격은 지난해 초에 비해 15%이상 떨어졌다.
이같은 가격인하추세는 가전업계의 전반적인 가격정책에 의한 것으로 기존 가격할인점이 실시하고 있는 가격파괴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가격인하가 이뤄진 지 1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가전업체 일선 대리점 들이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가격파괴란 용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하며 가격인하를 실시하는 대리점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유통 대리점 가격할인이 업체간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전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최근 가격할인판매를 반영한듯 요즘 가전대리점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 가격 은 지난해 초보다 보통 20%정도 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추세로 볼때 일부 대리점에 국한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전 대리점들의 할인행사는 산발적으로 꾸준히 이어져 가격인하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나타나는 대리점주도의 가전제품 가격하락 현상이 가전제품 가격파괴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하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내수 시장 포화와 경기 침체이다.
5대 가전제품등 가전 수요를 주도하는 제품군 보급률이 이미 1백%에 근접、 대체수요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전제품 내수 경기침체가 올들어 더욱 심화돼 가전 대리점들의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호재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수요 확보를 위한 정규 유통망의 노력이 할인판매등 가격변화를 수반 하게 되고, 이는 가전유통의 전반적인 가격체계 변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유통시장개방을 앞두고 외국 가전유통업체들의 국내 진출과 가전제품의 수입선다변화 품목해제 움직임이다. 최근 미국최대 가전 유통업체 버진사의 국내 진출이 확정되는등 유럽과 미국 가전 유통업체들의 국내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유통업체들은 대량구매를 통해 외산제품의 본격적인 저가유통 시대를열어 국내 가격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차적인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최대 경쟁국인 일본 제품이 유입될 경우 VCR등 일부 가격경쟁력 열세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가전 유통시장은 구조상 일반적인 가격파괴 형태의 가격변화는 앞으로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가전유통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하향조정 형태의 가격체계 변화 가 이미 시작되고 있어 시장 전체에 커다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