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망PC 입찰결과 해설

올해 행망PC 조달사업에 중소 PC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행망PC 입찰이 완전경쟁체제로 전환된 데 따른 예견된 결과였다.

행망PC 조달사업은 그동안 몇몇 대기업들이 대부분 나눠 참여해 왔으나 지난해 대기업들의 담합파문 이후 입찰참여 조건이 대폭 변경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허용됐다.

이에따라 연초 한국전산원의 행망인증에 28개 업체가 대거 참여、 올해의 행망 공급물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었다.

결과는 소규모 조립업체들의 대거 선정으로 나타나 행망 조달물량이 이젠 더이상 대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그동안 물량을 나눠먹던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뉴텍컴퓨터 현주컴퓨터 유니온컴퓨터 등 중간규모의 업체들마저 우수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이 가격에 의해 공급업체가 결정되는 경쟁입찰인 점을 감안할 때 간접비용이 적은 조립업체들의 약진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대기업들이 무리한 수주를 자제한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1백10만원대에서 결정된 펜티엄 60MHz의 경우 대기업들은 1백40만원대 가격 을 제시、 커다란 차이를 보인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애초 대기업의 영업관계자들은 "일반 시장에서 판매가 잘되는 마당에 무리하게 행망물량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었다.

한편 이번 행망PC 공급업체 선정결과는 중소기업의 정부조달 사업참여라는 당초 정책취지에 비춰볼 때는 커다란 성과로 분석되나 정부기관에 공급된 PC의 A/S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

이같은 A/S지원 문제는 당초 중소기업의 행망입찰 참여가 허용될 때부터 제기돼왔던 것으로 총무처 등은 조달청의 행망 입찰이 실시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의 보완을 거듭 요구했었다.

조달청은 이에따라 궁여지책으로 행망PC를 공급하게 될 경우 최소 2개사의 상호 A/S 연대보증을 얻어야 한다는 특수조건을 내세웠으며 이 때문에 참여업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 PC업체들이 행망물량을 거의 차지하게 됨에 따라 이런 연대보증 에 불구、 A/S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참여업체들이 규모가 워낙 작아 전국적인 A/S망을 갖추지 못하고있는 업체들로서 상호 A/S를 연대보증한다 해도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으며 특히 도산업체가 발생할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행망인증 시험에 통과한 업체중 2개사는 행망에 참여하기도 전에 이미 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망 공급가격의 현실화 문제도 또 다른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찰결과를 바라본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행망 구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정부가 오히려 시스템의 부실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예가 를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번에 조달청이 제시한 예가는 거의 원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기관에 공급할 때 추가로 발생하는 설치비、 물류비 및 A S비용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주요 PC업체들은 그동안 실질적인 이익은 별로 없지만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추가수요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행망사업에 참여했으나 앞으로는 마냥 출혈 입찰 참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번 입찰에 대기업 들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대거 참여를 포기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의식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