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정부품 보유기간 연장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가 이달부터 가전제품의 수리용 부품을 제품별로 생산중단시점부터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정도 연장해 최장 8년6 개월까지 보유하기로 했다. 이같은 가전업체들의 수리용부품 보유기간의 연장은 소비자 문제를 다루는 소비자보호단체들이 지난 90년부터 매년 연례행사처럼 주장해왔고 이번에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가전업체들이 이제 진정한 소비자지향 경영체제로 전환 한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자원재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전3사가 공동으로 마련、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전제품의 내용연수 및부품보유기간 적정화 방안을 보면 가전제품의 내용연수가 TV.오디오.전자레 인지등은 5년에서 8년、 냉장고는 7년에서 8년、 비디오는 5년에서 7년、 카세트와 청소기는 5년에서 6년、 보온밥솥과 주스믹서기는 3년에서 4년으로 각각 늘어났다.

이는 일본 가전업체가 정하고 있는 제품 내용연수와 같은 것으로 국내 가전 사들이 이제 국산품의 수명에 자신감을 갖게됐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마디로 이번 가전제품 내용연수 연장은 우리 가전업체들이 제품 제조기술이나 품질측면에서 일본 업체들 못지않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음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전사들은 또 제품 단종일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내용연수를 가산한 기간을 수리용 부품보유기간으로 정했고, 이 기간중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해줄 경우 가전제품 구매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해주되 보상액 산정 방법도 종전 정률식 감가상각법과 달리 사용기간에 따라 구입가격에서 일정 액씩 빼는 정액식 감가상각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같은 방안이 차질없이 시행될 경우 부품이 없어 고장나면 내다버려 야 했던 가전제품의 실사용기간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소비자 불만의 주류를 이루어왔던 소비자피해보상문제도 정액 식 감가상각법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3사가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수리를 못받을 경우 소비자들이 받게 되는보상액이 종전 정률 감가상가법을 적용할 때보다 30%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왕 가전업체들이 부품보유기간을 늘리기로 결정한 이상 자체적으로나마 의무사항이 될 수 있도록 자체 준수규범을 만들어야한다. 사실 그동안 가전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제품의 내용연수를 설정 이에맞게 부품보유기간을 정해 놓고도 이를 거의 준수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최근 상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수리용부품 보관에 드는 물류비용이 증가 가전업체들이 부품을 예방 발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품을 제대 로 확보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전업체가 그동안 경영측면에서만 벌여온 리엔지니어링을 대소비자차원의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를 요구해온 소비자들에게 부품을 제대로 구해보지도 않고 새제품으로의 교환을 권유하는등 소비자들의 애프터서 비스 의뢰를 판매의 호기로 이용하고자 했던 상술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본다.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정상품처럼 쓸 수 있는 가전제품을 부품이 없어 폐기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 경제차원에서도 큰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범사회적 차원으로 벌이고 있는 과소비 자제운동과 자원재활용분위기에 가전업체도 동참해야 한다는 뜻에서도 더욱 그렇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제품 단종이후 구매한 소비자들을 위한 보호 책으로 제품 내구연한 적용을 탄력성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가전 업체들이 정한 부품보유기간 및 보상액 기준을 소비자의 제품 구입시점과 관계없이 사업자의 제품 단종시점으로 잡아 제품 단종후 구입한 소비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최근 소비자들의 알뜰 구매바람이 일면서 단종 제품만을 모아 싸게 파는 유통점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 소비자 에게 만족을 주지않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를 어떻게 부응해나가느냐가 기업승패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전업체들의 이번 부품보유기간연장등 소비자 보호책이 구두선이 아닌 실질적인 소비자보호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