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기산업이 소련연방이 무너지고 계획경제를 주관하던 연방 계획위원회가 해체된 뒤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 전기산업의 위기는 지나간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적 성격"이 짙다. 먼저 종전의 계획경제밑에서 각 지방별로 전기산업의 각 부문을 특화시켜놓고보니 어느 지방에서는 특정기술이나 부품이 남아돌고 다른 지방에서는 같은 기술이나 부품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또 특화된 지방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생산원료나 자원의 운송등이 어려운 점도 커다른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부문별로 특화된 부문들이 시장경제로 바 뀐뒤에 그다지효율적이지 못한 독점형태로 남아있어 기술의 진보가 더딘 실정이다. 이런 요소들이 지난 몇년동안 계속 쌓여서 러시아 전기산업의 총체 적 위기국면을낳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기산업분야에는 기업과 기술연구소등을 합쳐 약 5백여 기관이 있다. 전기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대략 40만명 남짓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은 약 10만종류로서 겉으로 보기에는 전기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국내의 전기산업시설로는 국내의 전기제품 수요를 거의 절반 밖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43%의 전기 생산시설이 외국에서 수입 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제품인 변압기는 40%만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교류발전기는 이보다 더해서 24%만이 러시아 국내산이다. 이는 경기후퇴나 이에 따른 수요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또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전기 관련제품의 4분의 1만이 독립국가연합과 발틱 3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생산시설이 무너진 부품은 열에 강한 에나멜이나 에폭시수지같은 전기절연체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재료들을 생산 해내던 시설들이다. 이런 현실은 전기 관련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국제수 준에서 러시아의 전기생산제들을 뒤처지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연결되어 수출 비율도 4%에 그치고 있다.
전기제품은 내구제가 많아서 산업의 연계도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재정의 악화로 투자가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아서 러시아의 전기산업이 연방체제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위기에 몰린 러시아 전기산업을 회생시킬 방도는 지금으로서는 민영화했거나민영화중인 군수산업체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예컨대 선박이나 항공기 생산시설을 이용해서 가스 터빈을 생산한다거나 하는 식인데 벌써 일부에서는 이 방식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경제가 회생되면 가장 먼저 전기관련제품의 수요가 크게 일 것이라는전망이 유력하다. 게다가 러시아의 각종 산업체에서 현재 사용되는 전기설비 는 대부분 오래된 것이어서 머지않아 교체가 불가피한 것이 많다.
모스크바 최미경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