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랜드는 기업 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진 신제품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구식 기계가 되어 버린 넥스트 큐브 컴퓨터의 재고를 혼자서 처리 해야 했다. 속도가 더 빨라진 신제품이 나오면 제조업체는 아직 팔리지 않았거나 창고에 쌓여있는 제품에 대해서 소매업체 에 할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그러나 넥스트는 계약 초기부터 비즈니스랜드를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조건들을 포함시키지 않았으며비즈니스랜드가 속도가 빨라진 모토롤러 칩으로 교체하고 싶으면 정가대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비즈니스랜드는 넥스트 큐브 컴퓨터에 대한 투자액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대폭적인 할인가격으로 넥스트를 판매했다. 비즈니스랜드는 흔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랜드는 흔들거리는 사업을 다시 살리지 못했다. 넥스트와의 거래 성립을 거창하게 발표하고난 2년후 비즈니스랜드라는 거인은 헐값으로 JWP라는 대기업에 넘어갔다. 그러나 JWP도 비즈니스랜드를 인수한 후에야 비즈니스랜드의 실제 가치가 숫자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막대한재정적 피해를 입고난 후였다. 현대기업의 역사에서 수십억달러 상당의 이윤 을 남기던 비즈니스랜드의 파산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비즈니스랜드가 파산한 후 그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에는 넥스트와의 관계가 여러 원인중 일부분만을 차지한다고 언급되었다.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비즈니스 랜드가 컴퓨터 소매업의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는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퍼스널 컴퓨터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었으며 손의 조작을 덜어주는 기계를 선호하면서도 가격에 굉장히민감하게 반응하여 비즈니스랜드가제시하는 제품을 사는데도 되도록이면 가격을 낮추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사실 비즈니스랜드의 파산은 잡스와넥스트때문에 변화하는 조류를 신속 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결국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을수 있다.
되돌아보면 비즈니스랜드는 치명적일 정도로 타이밍을 못 맞췄다는 것을 알수 있다. 컴퓨터 소매업의 가격질서가 흔들리고 기존의 고가 컴퓨터도 판매 에 고전하고 있을때 능숙한 딜러들도 신중해야 할 시점에서 비즈니스랜드는가격이 비싸고 실험되지도 않았으며 높은 초기 투자를 요구하는 넥스트컴퓨 터를 선택했던 것이다. 사람들은넥스트 제품이 비즈니스랜드의 파산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비즈니스랜드가망하기 오래 전부터 잡스와 넥스트는 회사의 마케팅전략을 바꿨다. (넥스트에 있던 익살꾼들은 전략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오늘은 일을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묻곤 했다). 전략은 비즈니스랜드라는 거구를 쫓아 버리고 백여개에 달하는 독립 컴퓨터 딜러들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전환 되었다. 이 딜러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었는데 저마다 전문분야가 있어서 그분야에 해당되는 제품의 판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독점권을 부여해 준다는것이었다. 소규모 딜러들은 주로 중소기업을 상대로 컴퓨터를 판매했고 넥스트본사는대기업을 상대로 자체 영업팀을 파견하여 관리했다. 넥스트는 딜러들에게 넥 스트의 텔레마케팅 부서에는 일주일에 1천여건의 문의가 접수되는데 고객이1 0대 미만의 제품을 원하는 경우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규모 거래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항상 그랬듯이 파트너 가 아닌 넥스트가 모든 결정을 내렸다. 잡스는 이런 거래들을 작은 딜러들에 게 넘겼던 것이다.
잡스는 자신의 집에서 몇 블럭 떨어진 팔로 알토 시내에서 본점을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 애틱이라는 딜러를 제일 먼저 끌어드렸다. 그 매장은 젊고 모험 심 있는 4명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 매장도 없이마즈다 트렁크에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팔았다.
그러다가 이층에 있는 사무실을 임대하여 장사를 하던중 86년 애플 매킨토시 를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일이 잘 풀려 사무실도 이층 에서 일층으로 옮겼으며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계속 사업을 번창시켜 나갔다. 91년 초에 이르러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연간 총 매출액은 2천만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컴퓨터 애틱과 같은 딜러들은 영업 사원들이 기술적으로 숙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번창할 수 있었다. 넥스트가 이런 개별적 딜러와 거래를 맺는 것을 보고 관측가들은 "부티크"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애틱 넥스트와의 거래를 성사시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자바스가 직접 보낸 편지에는 "우리가 당신들을 선택한 이유는 당신들이 우리와 훌륭한 컴퓨터와 고객만족이라는 공동사안에 관심을 두고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들어었다. 컴퓨터 애틱도 넥스트와 함께 일할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넥 스트의 재도약지점은 다름 아닌 바로 이곳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에 넥스트 본사 뒤뜰에서, 그리고 잡스가 커피 마시러 자주 가는 카페의 맞은편 골목에서 넥스트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컴퓨터 애틱과 넥스트는 곧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매출 상대인 부동산 중매 업체 알레인 핀넬사를 만나는 행운을 안았다. 알레인 핀넬사는 주로 부자들 만 상대하는 중개 업체로 평범한 다른 중개 업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가장정교해 보이는 컴퓨터를 사기 원했다.
그 회사 대표는 헬렌 파스토리노라는30대 여성이었는데 그녀에게서는 실적이 좋은 영업 사원 특유의 자신감과 박력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