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팩시밀리-시장 "양극화"

올들어 국내 팩시밀리시장은 지난해말 이후 진행된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속 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LG전자, 신도리코, 대우통신 등 주요 팩시밀리업체들은 올들어 홈팩스와 일반용지팩시밀리(PPF) 신제품을 일제히 내놓거나 출시를서두르고 있어 국내 팩시밀리시장은 철저한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팩스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ED(발광다이오드)방식을 채택한 A4전용 PPF(모델명 CF54 00, 5500) 2개 기종을 자체기술로 개발, 일반용지 팩시밀리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삼성이 내놓은 PPF는 LED방식을 채택, 기능이나 화상면에서는 레이저방식보다 뒤지지만 2백만원 내외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물론 지난해 삼성전자가 A4 전용 PPF를 내놓기 이전에도 신도리코, 코리아제 록스 등이 이를 시판하고 있었으나 관공서, 교육기관 등 일부계층에서 사용하는 B4급 제품이 주류를 이룬데다 가격대가 워낙 높아 수요는 극히 제한적 이었다. 삼성은 가장 수요층이 넓은 A4전용 PPF 개발에 맞춰 제품가격을 2백만원대 안팎으로 낮추고, 1개월간 무료사용, 보상판매, 무이자 할부판매 등 성공적 인 마케팅전략을 전개, 지난해만 1만대를 웃도는 매출실적을 올렸다.

한편 지난해 신도리코는 레이저방식의 B4급 일반용지 팩시밀리를 갖고 관공서.정부투자기관 등을 집중공략, 7천여대를 판매해 시장확대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신도리코가 이처럼 지난해 PPF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데는 무엇보다도 이들 업체가 효과적인 가격 및 마케팅전략을 전개,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신도리코에 의해 기반을 다진 국내 PPF시장은 올해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무려 1백50% 이상 성장한 5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PPF가 수신원고를 사무실에서 쓰는 것과 같은 일반용지에 직접 기록, 기록지를 새로 복사하지 않고도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며 글씨를 쓴다거나 도장을 찍어 바로 결제를 받을 수 있어 선진국 등을 중심으로 점차 감열팩스를대체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LG전자, 대우통신, 신도리코, 화승전자 등도 올해를 기점으로 신제 품을 대거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이 부문의 시장및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팩스시장에서 A4와 B4 이상 제품이 비슷한 세력균형을 이뤘지만 올들어서는 A4전용 제품이 PPF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4전용 제품이 자유직업가, 전문직 개인사무실, 오퍼상, 일반기업에 이르는 폭넓은 수요기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도 B4급 대형문서를 자주 취급하는 관공서.중대형업체들이 많아 B4급 PPF도 나름대로 고유영역을 계속 확보해나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A4 전용 PPF시장 독주에 먼저 제동을 건 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5월 레이저방식의 PPF(모델명 GF 7000)를 시판, A4 전용 PPF 시장을 경쟁체제로 이끌었다.

LG전자가 PPF에 채택한 레이저방식은 직진성이 우수하고 빛의 산란이 없는레이저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PPF 가운데 화상면에서 가장 우수하며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PPF의 보급이 확산되어 있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급기종으로는 레이저방식이, 보급기종으로는 LED와 열전 사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LG전자는 레이저방식의 PPF에 또 국내 팩스 가운데 가장 빠른 1만4천4백bps (초당전송속)모뎀을 장착, 성능을 고급화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LED방식과 레이저방식의 A4 전용 PPF를 출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통신, 신도리코 등 경쟁업체들도 시장 참여를 서두르고 있어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경쟁의 조짐은 삼성전자가 LG전자의 PPF 출시에 앞서 이미 한차 례 가격을 인하, 1백20만원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PPF시장의 가격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시장 진출을 노리는 몇몇 업체들은 잉크제트 방식을 이용한 PPF 개발을 검토중 인 것으로 알려져 PPF의 저가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PF시장 후발업체들이 잉크제트 PPF에 주목하는 것은 프린터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레이저방식에 비해 잉크제트방식이 원가절감 및 소형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PPF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삼성전자, 대우통신, 태일정밀 등은 PPF와 프린터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기(MFP) 신제품을 내놓거나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MFP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초기 보급단계에 있어 보급이 미미 한 편이지만 편리성을 고려할 때 성장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팩스업계의 이러한 PPF와 MFP 시장경쟁은 필연적으로 가격경쟁을 수반, 고가장벽을 허물며 첨단사무기 보급에 앞장서 사무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PF가 사무환경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시키며 시장을 확대 하고 있다면 홈팩스는 최근 부가가치서비스산업의 발달에 따라 저가를 무기로 팩시밀리의 용도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즉 홈팩스는20만 30만원대라는 초저가를 실현, 이전 팩시밀리시장의 불모지였던 일반가정에 파고 들어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일반가정에서 팩시밀리를 주로 활용하는 분야는 약도, 주가그래프, 가정학습 등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올해안에 팩스정보 서비스가 개방되면 영리를 목적으로한 업체들의 등장으로 팩스정보 내용이 한층 다양화되며 홈팩스의 이용도는 더욱 높아질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팩스업체 가운데 홈팩스시장에 가장 먼저 눈을 뜨고 실천에 옮긴 업체 는 전통적으로 가전에 강점이 있는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20만원대 팩스 "가가호호"를 개발, 홈팩스 시대를 열었다.

LG전자가 내놓은 가가호호는 이제까지 팩시밀리는 최저 40만~50만원에 이른다는 일반의 인식을 깨고 20만원대라는 파격적 가격을 제시, 발매 한달만에5 천여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가가호호가 예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자 삼성전자는 즉각 이전 36만원에 판매하던 마이팩스의 가격을 27만8천원으로 인하, 홈팩스시장 경쟁에 가담했다. 삼성은 뒤늦게 홈팩스시장에 참여했지만 유통조직에서 앞선데다가 다양한 수 출형 모델을 보유, 어렵지 않게 선발업체인 LG전자를 추월하며 시장경쟁을 가속화시켰다. 삼성전자의 홈팩스시장 참여를 계기로 단순 원고송수신 기능만을 갖고 있던홈팩스도 점차로 LCD(액정표시장치),ADF(자동급지장치) 등 편의기능을 추가, 기능이 다양화되는 추세에 있다.

국내 주요업체들은 홈팩스가 일반가정을 주요 수요층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 해 저가팩스 개발과 아울러 무선전화기능, 전화벨이 울리지 않고 원고를 수신하는 심야서비스기능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LG전자는 홈팩스가 일반가정을 대상으로한 제품이라는 점에 착안, 국내 최초 로 팩시밀리에 색상개념을 도입, 자주색 아이보리색 등을 입힌 컬러팩스를선보였다. 삼성과 LG의 경쟁으로 불붙은 홈팩스시장은 현재 전체시장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 월1만2천~1만3천대 규모로 성장, 홈팩스시장 참여여부에 따라 업계 순위가 정해질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홈팩스를 생산하는 업체가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하는 시장점유율 산정 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사무용 팩스시장에 전념해온 신도리코, 대우통신 등 주요 팩스업체 들도 일제히 홈팩스시장 참여를 선언, 시장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도리코는 홈팩스시장 후발업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서국내 최저가 팩스인 "텔리파7"과 "텔리파10"을 출시한 외에 최근 "리틀베어" 란 프로젝트명으로 개발해온 텔리파 11,22,33 등 3개 모델을 추가, 20만원대 에서 40만원대에 이르는 5개 홈팩스모델을 보유, 업체중 가장 많은 모델을자 랑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독자개발모델인 "띠아모"를 주력으로 저가사무용 팩스시장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산초"라는 홈팩스를 개발, 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국내 팩스시장이 이처럼 홈팩스와 PPF를 중심으로 양극화 현상이 가속 화됨에 따라 유통조직,첨단제품 개발력에서 뒤지는 일진.화승전자 등 중소업체들은 팩스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생산에 치중하는 등 구조조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팩스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