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체수의계약이라는 보호막을 통해 중소업체를 보호해 왔던 정부가 빠르면 내년부터 이 보호막을 완전히 제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중소전기업체 및 관련단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육성정책에 따라 외부의 거센 바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해 왔던 중소전기업체들이 앞으로는 약육강식의 경쟁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일대 전환기를 맞게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외국업체들로부터 보호 하기 위해 단체수의계약이라는 장치를 마련、 중소전기업체들이 이 보호막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으나 무조건적인 보호보다는 자유경 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이 보호 장치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등 전기관련 조합 들은 관계당국에 단체수의계약의 완전 철폐 대신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줄것을 건의하고, 조합원사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은 정부나 기업체에서 전기제품을 구입할 때 전체 구매량을 조합에 통보하면 조합에서 이 물량을 여러개로 나눠 조합원사들에게 배분해 주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많은 중소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체수의계약이라는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중소전기업체들 이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조합을 통해 많은 물량 을 할당받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전기업체들의 질적인 저하를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전기업체들도 세계화의 흐름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체수의계약이라 는 보호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단시일에 단체수의계약을 없애는 것에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십년간 단체수의계약이라는 확실한 "떡"을 나누어 먹는데 익숙해져 있던중소전기업체들이 갑작스럽게 약육강식의 경쟁체제로 넘어가 떡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경우 경쟁력이 약한 상당수 업체들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대해 정부의 의지는 상당히 단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력 없는 업체는 도태되고 세계 일류기업과 겨뤄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 가 경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더이상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어린아이처럼 돌봐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공업협동조합은 무정전전원공급장치、 발전기 등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단체수의계약을 해제해도 되지만 수배전반、 변압기 등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품목에 대해서는 당분 간 만이라도 단체수의계약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배전반 및 변압기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할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업체들이 이들 품목을 생산하고 있어 단체수의계약을 해제할 경우, 국내 전기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전기관련 제품에 대한 단체수의계약이 없어질 경우 전기조합과 전선조합 등 전기관련단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합에 가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일정부분의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할당받을 수 있어 일정액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 했기 때문에, 조합에서 단체수의계약을 할수없게 될 경우 조합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게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에 단체수의계약 철폐시점과 대상 등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전기업체들은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의 철폐시점과 대상을 결정하기에 앞서 해당 업체 및 관련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단체수의계약 철폐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최종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