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브리티시 텔레컴사, 전유럽을 하나로 "신 대영제국" 야심

오는 98년 유럽통신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이 지역 업체들의 걸음이 점차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통신업체인 브리티시 텔리컴(BT)사가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유럽 통신시장은 BT와 북유럽지역 통신업체 컨소시엄인 유니소스、영국 의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사 그리고 독일 도이치 텔리컴(DT)-프랑스 의 프랑스 텔리컴(FT) 등을 주축으로한 4개의 사업군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BT의 유럽시장기반은 확고해 최근 영국.프랑스.독일지역 이동전화 시장을 공동 개척하기 위해 제휴한 C&W사와 독일 페바사도 BT의 위치에 는 별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버뮤다제도에서 아시아의 홍콩에 이르는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영국 머큐리 커뮤니케이션즈사를 소유하고 있는 C&W와 거대 전력업체인 페바간의 제휴이지만 양사가 이동통신부문에서 만큼은 별로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일.영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양사가 유럽 통신시장의 3대 어장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지역에서 어떻게 이동전화 교두보를 마련할지에 대해 극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제휴가 "거품"에 불과한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사의 제휴가 유럽위원회(EC) 등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여하튼 이 지역 소비자들은 가까운 시일내에 C&W와 페바의 서비스 제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 통신시장 규모는 올해 2천1백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그 러나 국가별 시장규제차이로 인해 제휴를 통해 얻을수 있는 소득은 30억달러 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원래 BT.유니소스.C&W.DT-FT 등은 모두 국경을 초월해 연결할수 있는 국제 전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가 존재하는 한 이들의 국제전화 서비스는 국별로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접속하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령 영국의 랭크 제록스사의 경우 유럽지역 기업통신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의 네트워크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지역이나 프랑스 파리에 있는 회사 간부들과 전화를 통한 회합을 가질 수가 없었다. 랭크 제록스의 네트워크로 는 이들과 서로 직접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각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서 업체간 제휴는 두가지 의미 를 갖고 있다고 할수 있다.

하나는 이들의 제휴가 98년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장기 포석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이 중심에 BT가 서 있다는 것이다.

"BT는 마치 규제의 과녁 바깥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유럽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영국내에 제한되어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BT는 모든 통신관련 사업부문에서 영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놓고 있으며따라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같은 BT의 공격적 태세에 대해 유니소스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시각이 곱 지만은 않다.

하지만 BT의 입장은 분명하다.

98년 이전에 모든 통신관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장거리전화 서비스업체인 MCI사와의 합작사인 "콘서트"에는 이탈리아 의 나지오날레 델 라보로은행、 독일의 피아그사、 스페인의 샌턴더은행 등이 동참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공략에도 나서 노르웨이와 덴마크지역 주요 전화업체들과 제휴를 바탕으로 스웨덴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우리는 교두보를 마련중"이라는 그래엄 핸슨 BT 유럽 책임자의 말은 자신감 의 역설적 표현으로 들린다.

한마디로 BT는 유럽 전지역을 장악할듯 돌진하고 있다. 현재로선 향후 몇년동안 유럽 통신시장은 BT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예상이 별로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영이라는 온실에서 자란 일부 경쟁업체들과 달리 진작부터 개방된 영국시장에서 경쟁에 의해 단련되어 온 BT는 시장 전략도 단순 과격하다.

"진출"、 "구축"、 "돌파"라는 전략목표가 말해주듯이 제휴나 협력보다는 경쟁을 통해 발전하겠다는 것.

그러나 BT라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BT는 프랑스에 기반이거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BT의 반대편에서 BT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는 유니소스、 C&W-페바、 FT-DT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BT와 비교해보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유니소스를 제외하고는 정부규제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규제의 완화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유럽통신시장의 개방 이 상당부분 진행되면 이들은 독점으로 벌어들인 수익의대부분을 자국시장수성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투입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미국의 장거리전화업체인 스프린트사와 "피닉스"라는 합작사업을 제안 해놓고 있다."우리는 보다 우수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전지구적 규모의 사업 을 벌이려고 한다"고 버나드 이저러블 FT 부사장은 밝힌다.

FT및 DT에 있어 독점은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DT의 1만회선 당 종업원수는 62.3명으로 FT나 미국의 지역벨사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또 FT와 DT의 직원은 공무원들로 감원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들은 사업영역 확장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유니소스도 또한 BT의 취약지역인 프랑스의 수력발전업체와 제휴를 맺는 등 프랑스지역 통신시장 정지작업에 들어가 있고 미국의 장거리전화업체인 AT& T사와 "유니월드"라는 합작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개방을 앞둔 유럽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BT를 선두로 오는 98년이후까지 끝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있을 수 없다는것이 시장추이를 보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