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시스템도 과연 안전한가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가 도대체 우리 모두는 어디로 가고 말 것인가하는 의구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 이 다음엔 또 무엇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지 모두가 멍하니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좀 방정맞은 이야기 같지만 저마다 이다음엔 혹시 이것이 하면서 짚어보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한국통신 노조사태가 심각했을 때 누구보다도 안절부절 못한 사람들이 각 금융기관의 전산부서 책임자들이었다. 만에 하나 통신라인에 장애가 발생한다 면 우리나라 전산업이 마비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인데 그와 같은 극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사태가 수습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에전에 각대학교에서 학생들의 데모가 심했을 때 모대학 전산소장이 전산소 기물을 파괴하려는 데모대에게 호통을 치면서 학생들을 꼼짝도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당시 학생들은 보이는 대로 때려 부수고 다니는데 드디어 전산실까지 쳐들어와 컴퓨터고 테이프고 닥치는대로 손 대려고 하는 순간에 전산소장이 학생들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만일 학사자료가 파괴된다면 여러분들은 평생 고졸자로서밖에 행세를 못하게된다는 전산소장의 말에 순간 어리둥절하던 학생들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순간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에 전산실의 컴퓨터와 다른 자료들이 무사해지긴 했으나 만일 학생들이 막무가내로 다 때려부쉈다면어떻게 되었을까.

최근에 모은행에서 이러한 돌발사태에 대비한 용역계약을 했다는 뉴스가 있었으나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야 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그렇게 많이는 끌지못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점검해 보아야 할 사항은 이런 외적인 재해보다도 전산 프로그램 내부의 부실이지 않나 생각된다.

쓸데없는 루틴을 많이 만들어서 처리시간을 지연시킨다든지 아니면 꼭 확인해 보아야 할 체크를 하지 못하여 회사에 손실을 입히고 있지나 않은지를 다시한번 점검해 보아야 한다. 때로는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나 않는지를 이번 기회에 안전진단해 보자는 것이다.

이번 삼풍사태에 관한 뉴스중에서도 부실프로그램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바로 실종자 신고에 2중 3중 심지어는 5중으로 접수된 건이많아서 실제 실종자보다 훨씬 많은 신고가 들어왔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그 프로그램을 누가 작성했는지 부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종자 신고시 에 컴퓨터로 입력하면서 이중신고 여부 체크를 왜 하지 못하고 그저 신고되 는 대로 입력을 해놓고는 나중에 실종자 숫자가 너무 많은 이유를 중복신고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버전인 소프트웨어가 발표될 때도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는 전산실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당장 쓰는데 문제가 없으니 옛날 버전을 그냥 쓰자는 전산요원들이 상당히 많고 심지어는 새 버전을 쓰다가 소프트웨어 장애가 발생 하면 안되니까 지금 당장 잘 돌아가는 옛날 버전을 그냥 쓰자고 우기는 전산 실도 많이 있다.

새로운 버전은 성능을 향상시킬 때도 있고 다른 사용자가 경험한 문제점을 보완한 경우도 있는데 몇번씩이나 바뀐 것도 무시하고 그냥 쓰다가 나중에문제가 터지고 나서 그동안 못한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조금만 손보면 사용자가 더 쉽게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쓰도록 방관하고 있는 태도라든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면 정비보수료등 전반적인 운영비가 절감되는데도 윗사람한테 결재받기 싫다는 이유로 또는 위에서 아무말도 아니하는데 왜 내가 나서서 설쳐야 되느냐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근무하고 있는 전산실들은 이번 기회에 안전진단을 한번 받아봐야 한다.

흔히들 정보기술을 도입할 때 인건비 절감이나 재고감축으로 인한 비용절감 등 계산되어지는 이득과 생산성 향상이나 고객만족등 당장 계산되기 힘든 이득이 있다고 경영층을 설득하여 예산을 배정받는다.

그러나 일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그 시스템을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단시일내에 가동시키는데만 신경을 쓰고 경영층도 언제 가동되느냐 하는데 관심을 너무 쏟는다. 그러다 보니 전산시스템도 다른 건설공사와 같은 부실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정보시스템의 부실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회사내에서 도 쉬쉬하면서 감싸주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의 명예가 걸려있기때문이다. 만일 정부의 법규나 회사의 규정이 바뀌어서 전산 프로그램을 고쳐야 되는데 이제까지 잘 돌던 프로그램에 관한 문서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그 프로그램의 개발자도 퇴사하였다면 여간 낭패가 아닐것이다. 정보시스템의 안전진단은 물리적인 안전전검과 아울러 문서화 여부로부터 시작하여 과연 우리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 최적시스템이냐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샅샅히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데이타제너럴(주)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