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노트북 수입선다변화 해제 요구

미국 IBM이 통상산업부에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묶여 있는 일본 현지생산 노트북 PC의 "예외적 수입허용"을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IBM측은 미국대사관을 통해 보내온 공문에서 예외수입허용이 안 될 경우 USTR을 통해 불공정무역행위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일본생산의 노트북 PC수입을 둘러싼 문제가 자칫 한미통상마찰의 불씨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를 가지고 일본과 한판싸움을 벌이면서 "다음은 한국"이라는 무언의압력을 가해온 미국이 자동차에 앞서 컴퓨터를 먼저 들고 나온 듯한 인상이 다. 그것도 수입선다변화의 완전한 해제가 아니라 IBM제품에 대해 "예외적 허용" 이라는 특혜(?)를 달라는 요구이다.

수입선다변화는 한국과 일본의 불균등한 무역구조의 심화라는 특수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는 그동안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입선다변화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해왔으며 그때마다 정부는 국내 산업피해가 적은 제품을 중심으로 다변화품목을 해제하는 등 조기해제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마련해왔다.

이런 시점에 IBM이 수입선다변화 제도의 "예외적 허용"을 적용、 일본에서 생산된 노트북 PC를 수입.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우리 정부로서 는 예기치 못한 돌출사안(?)이 아닐 수 없다.

IBM이 일본산 노트북 PC의 "예외적 허용"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 첫째가 한국IBM의 매출부진이다. 한국IBM이 지난 93년 이후 급변하는 국내 컴퓨터 시장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3년 한국IBM의 매출액은 7천7백50억원으로 92년에 비해 19% 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반적인 사업강화에도 불구하고 93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5천1백3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국IBM은 이같은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PC사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으며 또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IBM의 일본 현지생산 노트북PC의 예외적 수입허용은 한국IBM의 이같은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노트북 PC시장은 성장잠재력이 상당히 크고 마진도 데스크톱에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좋아 IBM으로서는 노트북 PC시장의 우위선점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다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는 노트북 PC는 한자문화권의 제품으로 한국 실정에 맞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라는 생각도 IBM이 예외적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러나 IBM이 주장하는대로 일산 노트북PC의 예외적 수입허용 요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이것이 한국IBM의 노트북시장 선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노트북PC의 강자는 어디까지나 대만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노트북 PC는 대부분 대만산이며 점차 국내유입이 늘어나고 있는상황에서 일산 IBM 노트북 PC가 얼마나 시장을 잠식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조만간 세계 각국의 문자를 모두 지원하는 윈도95가 발표될 예정인만큼 IBM이 예외적 수입허용의 근거로 삼고 있는 "한자문화권에 맞는 제품"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최근들어 전세계는 정치적으론 호혜적 평등을、 경제적으론 호혜적 균등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IBM의 이번 요구는 양국의 경제적 관례를 뒤로 했을뿐아니라 한국IBM의 매출부진 만회에 연연、 오히려 그동안 "한국적인 기업" 을 강조해온 한국IBM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