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유통 이대로 좋은가

소프트웨어 유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90년이후 93년말까지 폭발적인 호황을 구가해 오던 소프트웨어 유통이 지난해부터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 올들어 판매부진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프트웨어 판매장의 재고는 쌓여만 가고 있다.

더욱이 일부 소프트웨어 판매업체에 의해 시작된 가격파괴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채산성 악화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판매부진"과 "채산성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셈이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은 이에 따라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 사업에 신규참여 하는 등 하드웨어사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유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라인을 비롯해 소프트타운、 한국소프트 등 용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SW유통전문업체들은 최근들어 소프트웨어 유통보다는 각종 가맹점사업 과 하드웨어 양판점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SW유통업체들이 하드웨어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자본이 취약 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보다 10~20배나 비싸다. 그래서 자금 회전력 면에서는 하드웨어 판매가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자본력 열세에 놓여 있는 SW유통업체들로선 자금회전력이 좋은하드웨어 판매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SBK.소프트밸리.인포텍 등 소프트웨어 유통을 고수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다소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예년에 비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이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첫째、 컴퓨터사용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만한 제품이 별로 없고 둘째로는 판매 마진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의 유통마진은 평균 25%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일부 소프트웨어업체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마진은 5%이하로 떨어졌으며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졌다.

이같은 마진율로는 영업경비도 건지기 힘들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구매창출 SW부재"와 "마진율 저하" 이외에 불법복제물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것과 끼워팔기식 영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도 소프트웨어 유통을 어렵게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지자체、 삼풍사고 등 행정공백을 틈타 불법복제 SW의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정확하게 집계를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소프트웨어의 30%정도가 불법복제품이라는게 관련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하드웨어 구입시 기본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 10여종의 다른 소프트 웨어를 공짜로 끼워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동안 일부 용산 PC업체에서나 하던 이같은 소프트웨어 끼워주기가 컴퓨터 판매경쟁에 편승、 삼성전자.삼 보컴퓨터.뉴텍 등 컴퓨터 대리점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복제품 거래와 SW의 무료제공은 결과적으로 SW의 신규수요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그동안 컴퓨터 사용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오던 "상품으로서의 SW가치 인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이다. 지적 창조물인 소프트웨어가 제값에 팔리지 않고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착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적인 제품이다.

어느한쪽만 성장할 경우 균형있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소프트웨어 유통의 발전은 컴퓨터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소프트웨어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크다. <김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