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그동안 세트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부품、 그 중에서도차세대 핵심품목으로 꼽히고 있는 광픽업과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 를 집중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미 자사의 2000년대 비전으로 멀티미디어로 대표되는 하이미디어 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그 기반이 되는 부품인 광픽 업과 TFT-LCD에 대한 자체 기술력및 생산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세트차원에 서 하이미디어의 성공도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가전사의 입장에서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거나 최소한 그룹사로부터 조달받아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광 픽업과 TFT-LCD가 기술 발전 추세로 볼때 멀티미디어와 가전제품의 핵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전자의 이들 부품사업 강화는 어쩔 수 없는 외길 수순이지만 단순 한 부품조달 차원을 넘어서 이를 독립된 수익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또 업계에서도 대체로 이같은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밝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LG전자는 광픽업 강화를 위해 오는 2000년까지 1천7백억원을 투입한다. 연간4천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춰 이중 55%를 내수에 충당하고 45%는 수출、 세계 시장의 23%를 점유한다는 목표이다. 청사진만으로 평가하면 소니 산요 히다치 등과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
올들어서는 아예 사업부까지 통합했다. 그간 LG전자는 물론 LG산전、 LG전자 부품 등에서 각각 수행해오던 광 픽업 사업을 자사로 통폐합、 평택 공장내 에 이사급을 책임자로 한 "광픽업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제부터 여기서 모든 사업을 운용하게 된다.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연구 인력 역시 수백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LG전자가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LG의 2000년 세계 시장 23% 장악계획은 올해 CD롬 드라이브에서의 성공에 따른 자신감에 힘입은 바 크다. LG전자는 올해 국내 처음으로 4배속 제품의 개발에 성공、 2배속 시장을 일거에 뒤집었다. 개발 시기도 일본업체와 거의동시였다. D램을 제외한 첨단 제품군중 일본과 동시 개발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LG는 지금도 국내에서는 4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고 수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 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50만대로 늘리고 내년에는 6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 이다. 물론 이 제품의 핵심 부품은 광픽업이다.
현재 여기에 소요되는 광픽업은 전량 일본으로부터 개당 13~14달러에 수입하고 있다. 그나마도 필요 물량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월 생산능력의 절반가량만을 적기에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우선적으로 자사 CD롬 드라이브에 탑재될 광 픽업의 양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다. 2000년에 가서도 내수 비중을 55%로 추정 하는 것도 CD-I、 3DO의 게임기、 DVD(디지털 비디오디스크) 등의 수요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만큼 CD롬 드라이브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LG전자는 광 픽업 생산을 위해 레이저 다이오드를 이미 개발했고 홀로그램 모듈도 조만간 개발、 청주공장에 일관 양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국내업체가 최첨단인 광 부품에서 일본과 경쟁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초기에 있고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LG뿐만 아니라삼성전자도 가세할 계획이다. 삼성의 경우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반도체에서 닦은 연관 기술과 강력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업을 부품전문 사인 삼성전기가 아니라 LG와 같이 삼성전자가 맡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라는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 광 부품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TFT-LCD에 이어 다시 한번 한.일간 격돌이 벌어지게 된다. 동일한 스타트 라인에서 시작하는 것은 이제 일본과도 승부를 겨뤄볼만한 수준이 됐다는 것을 뜻한다. 양산 안정화 시기전까지 일본의 물량조절이나 덤핑 등 견제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양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택 기자>